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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일 의회, ‘재정적자 걱정말고 돈 찍어 경기부양’ 이론 논쟁 중

미 월가·일 의회, ‘재정적자 걱정말고 돈 찍어 경기부양’ 이론 논쟁 중

기사승인 2019. 04. 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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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월가 전략가들, 현대화폐이론(MMT) 활용"
샌더스 상원 등 좌파 정치인 지지서 월가로 확산되나
일 의원 "돈 필요한 만큼 발행해도 일본 절대 파산 않아"
아베 총리, 아베노믹스 거론, 사실상 MMT 지지 입장
MMT, Stephanie Kelton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화폐를 찍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비주류 경제이론인 ‘현대화폐이론(MMT)’이 미국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와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MMT 이론가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대 교수./사진=미 CNBC 캡쳐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화폐를 찍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비주류 경제이론인 ‘현대화폐이론(MMT)’이 미국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와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MT는 자국 통화를 가진 정부가 채무에 대한 변제 의사가 있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한 채무가 늘어나도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가계나 기업과 달리 화폐를 추가로 찍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날 주요 금융회사 전략가들이 예측을 제시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MMT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2020년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민주당의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 하원의원 등 좌파 정치인들이 MMT를 지지하고 있지만 월가의 활용은 이례적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MMT가 좌파 이론인지 우파 이론인지를 떠나 예측을 똑바로 할 가능성이 큰 도구를 모색하다가 MMT의 일부 아이디어가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핌코의 전직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매컬리는 “내 직업 인생 내내 MMT가 분석을 위한 아주 쓸모있는 틀이었다”며 핌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MMT와 다른 비주류 이론을 토대로 삼아 재정적자의 부작용 우려,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GMO의 전략가인 제임스 몬티어는 “MMT가 주류 경제학을 명백하게 완파했다”며 자신의 일상 업무인 투자를 하는 데 통찰력을 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NYT는 그동안 주류 경제학에서는 MMT가 기괴한 아이디어의 모음 정도로 인식돼왔다고 설명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MMT를 ‘쓰레기’나 ‘헛소리’로 규정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월 26일 의회 청문회에서 “자국 통화로 차입이 가능한 국가에게 재정적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원인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비주류학자에 의한 새로운 주술 경제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MMT 이론가인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재정적자는 국가경제에 쓰고나서 세금으로 거둬들이지 못한 부분에 대한 과거 기록에 불과하다”며 국내총생산(GDP)의 240%의 채무를 가진 일본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일본 국회에서도 MMT를 둘러싼 논란이 진행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니시다 쇼지(西田昌司) 자민당 참의원 의원은 지난 4일 결산위원회에서 “재정을 충분히 동원하지 않는 긴축재정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조장해 재정을 악화시킨다”면서 “자국통화로 돈을 필요한 만큼 발행해도 일본은 절대로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겸 재무상은 “재정규율을 완화하는 건 극히 위험할 수 있다”며 일본을 “MMT 이론의 실험장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재무성 출신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MMT는) 재정적자를 고려하지 않는 극단적인 주장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부는 불필요한 지출을 경계해야 하며 우리가 MMT 이론을 실행에 옮기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확실히 2012년 내가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할 당시 아베노믹스의 원형인 대담한 금융완화를 주장했을 때 그렇게 하면 국채가 폭락하고 엔화 가치도 폭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엔화도 폭락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실상 MMT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어 “경제를 성장시키고 재정도 건전하게 유지하고 싶다”면서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지출은 확실히 기동성 있게 실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19일 니시다 의원도 참석한 가운데 소비세 인상 반대론자인 후지이 사토시(藤井聰) 전 내각관방참여와 2시간여에 걸쳐 식사를 하면서 MMT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니시다 의원은 “총리도 재정동원 필요성은 이해하고 있다”면서 “총리 자신이 MMT를 언급할 수 없을 테니 우리가 외곽에서 넓혀 나가야 한다”고 주위에 말한 후 이날 질의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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