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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아파트 논란에 인조대리석 찾는 소비자들

라돈 아파트 논란에 인조대리석 찾는 소비자들

기사승인 2019. 05. 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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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아파트 논란 7개월]
라돈 검출 걱정 없는 인조대리석 관심
전국서 입주예정자-건설사 라돈 분쟁 줄지어
정부 콘트롤타워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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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하우시스 인조대리석 ‘하이막스’ 샘플들/사진=LG하우시스
# 지난 3월 9일 부산 구포 3구역 ‘반도유보라’ 아파트 조합 정기총회. 한 입주 예정자가 “라돈 대리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우리 아파트엔 어떤 자재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반도건설 현장 공무담당 관계자는 “현관(디딤판)·주방(싱크상판)·욕실(선반)에 사용되는 모든 자재를 라돈이 검출되지 않은 인조대리석으로 시공하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 루센티아 조합원들 역시 당초 욕실과 현관 앞에 설치 예정인 천연 화강석을 인조대리석으로 교체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조합 측에서 라돈 건축자재에 대한 염려가 크다며 인조대리석인 엔지니어드 스톤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청해 무상으로 바꿔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돈 석재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조대리석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화강석(천연석) 대신 인조대리석을 찾기 때문이다. 인조대리석은 고분자 수지(플라스틱)와 석영(천연 물질)으로 만드는 만큼 라돈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

◇ “인조대리석으로 교체할래요” 문의 줄이어
22일 건축자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라돈 아파트 논란 이후 인조대리석 디딤판과 주방, 욕실 선반을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인테리어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라돈 측정기를 구매한 고객이 집안의 라돈 농도를 측정해 천연석이었던 욕실과 주방 상판을 인조대리석으로 교체한 사례가 상당하다”며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또 “아이가 있는 집에선 더욱 민감한 편”이라며 “현재 거주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 공사 일정도 하루를 넘기지 않도록 진행한다”고 했다.

라돈은 흡연에 이어 폐암 발병 원인 2위로 꼽힌다. 공기 중을 떠돌다 호흡을 통해 폐에 쌓이며, 이때 방사선을 뿜어내 세포 변이를 일으킨다. 담배 한 번 피우지 않은 이들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라돈 논란이 재점화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측정기 대여를 시작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경기도 용인의 인조대리석 전문 사업장 대표 정모씨도 “라돈 논란 자체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민감한 소비자들은 당장 바꾸고 싶다는 문의도 해온다”며 “최근엔 인조대리석 무늬가 천연 대리석만큼 자연스러워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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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광교 ‘중흥S클래스’는 마감재로 쓴 일부 대리석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 농도가 측정돼 입주자들과 건설사가 협의해 이미 시공된 마감재를 모두 제거하고 재시공했다. /제공=광교 중흥S클래스 입주예정자협의회
◇ 매년 성장해온 인조대리석 시장
국내 인조대리석 시장은 LG하우시스, 롯데첨단소재, 현대L&C, 듀폰코리아가 점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메틸메타아크릴(MMA)계 인조대리석과 엔지니어드스톤(이스톤)을 생산한다. 두 제품의 차이는 수지(플라스틱)와 석영 함량이다. MMA계 인조대리석은 수지 함량이 60%대, 엔지니어드스톤은 석영 함량이 90% 이상이다. 엔지니어드스톤은 강화천연석으로도 불린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MMA계 인조대리석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00만장 가량이다. 연간 성장률은 5%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엔지니어드스톤은 연간 10만~15만장 이상으로 추정된다.

부산 구포 3구역의 반도유보라 아파트처럼 천연석을 인조대리석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있다. 롯데첨단소재 관계자는 “라돈 아파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부 건설사에서 아파트 자재 사양을 변경한 것으로 안다”며 “천연석을 인조대리석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라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은 맞지만, 인조대리석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다고까지 보긴 어렵다”며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천연석의 경우 수분에 약하고 한번 때가 타면 지워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는 설명이다.

건축자재 업계 한 관계자는 “LH공사 등은 대형 평수는 엔지니어드 스톤, 소형 평수는 MMA계 인조대리석을 쓰도록 규정이 정해져 있고, 진작부터 천연석을 쓰지 않았다”며 “중국산 천연석은 평당 가격이 2만~3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인조대리석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많다. 천연석이라고 무조건 고급인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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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첨단소재의 인조대리석 ‘스타론’ 샘플석/사진=롯데첨단소재
◇ 라돈 관리기준 없어 전국 곳곳서 분쟁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건설사간 라돈 분쟁도 벌어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라돈관리 기준이 없는 탓이다.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주택은 200베크렐(Bq/㎥), 오는 7월 1일 이후 승인을 받은 주택은 148베크렐(Bq/㎥) 기준을 따르지만 이전 주택들은 대상이 아니다.

법적 기준이 없어 생기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 건설사는 라돈이 검출된 마감재를 교체해주고, 일부 건설사는 교체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와 경기 화성 동탄에서 입주자들과 분쟁 중인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법적 기준이 있다면 교체나 사후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로선 근거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라돈 논란을 전담하는 콘트롤 타워 부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주택 문제는 국토교통부, 실내 공기질 문제는 환경부로 나뉘어 책임 떠넘기기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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