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코스 뚫고 한국여자오픈 정상, ‘침착함+전화위복’ 이다연의 원동력

기사승인 2019. 06.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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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연 '바람이 어디로 부나'<YONHAP NO-3702>
이다연이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GC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 3번홀 티샷 전 바람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KLPGA
144명이 제각기 여왕 등극을 꿈꿨지만 언더파는 단 3명뿐이었다. 티샷 난이도를 대폭 높인 코스 앞에 한국 최고의 여자 프로 골퍼들이 진땀을 뺐다. 최악의 난코스를 뚫고 국가 이름이 걸린 가장 큰 메이저 대회를 집어삼킨 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수퍼 땅콩’ 이다연(22)이다.

이다연은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869야드)에서 끝난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5000만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 등을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84타가 된 이다연은 3라운드 선두였으나 마지막 날 후반 들어 샷이 크게 흔들린 이소영(22)을 2타차로 따돌리고 생애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맛봤다. 작년 5월 E1 채리티 오픈 이후 13개월 만에 얻은 KLPGA 통산 3승째이지만 이다연은 처음 우승한 선수처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메이저 대회의 중압감은 그만큼 컸고 감동의 무게도 더했다. 이다연은 “아마추어 때부터 (국가대표) 상비군을 하고 국가대표도 했는데 프로 전향 후 메이저 우승이 없어서 스스로를 인정 못했다”면서 “올해는 메이저 대회를 조금 더 열심히 쳐서 성적을 잘 내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우승할 수 있어서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다연 '시원한 스윙'<YONHAP NO-3698>
티샷하는 이다연. 사진=KLPGA
키워드는 지키는 플레이였다. 이다연은 사흘 내내 들쭉날쭉했다. 1라운드를 이븐파로 출발한 뒤 2라운드에서 단숨에 7타를 줄이는 코스레코드를 세웠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다시 5타를 잃고 무너졌다. 특히 3라운드 플레이 내용이 안 좋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종일 다른 사람처럼 침착하게 지키는 전략을 잘 수행해냈다. 이다연은 “내 플레이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내가 내 걸 지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플레이할 때도 지키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3라운드 난조로 챔피언 조에서 빠진 것도 전화위복이 됐다. 이다연은 “마지막 조가 아니어서 공격적으로 잘 플레이했던 것 같다”면서 분수령이 된 16번 홀(파4) 7m짜리 파 퍼트에 대해서는 “무조건 넣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157cm의 단신이지만 이다연은 거인이 부럽지 않은 파워를 지닌 선수다. 비결은 스윙 스피드에 있다. 100마일(약 161km)에 육박하는 스윙 스피드를 가진 그는 작은 스윙 아크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거리 손실을 스피드로 보완한다.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11위(250.1528야드)가 이다연의 남다른 능력을 증명한다. 전설 박세리(42)는 “파워풀한 스윙을 지닌 선수”라고 평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해 쩔쩔 맨 난코스에서 티샷의 비거리 등을 앞세워 최종 4언더파를 작성한 이다연은 “열심히 쳐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마지막 홀까지 스코어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도 보지 않았다. 너무 기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다연이 얼마나 잘 싸웠는지는 경쟁자들의 기록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메이저 대회 2연승에 강한 의욕을 불태웠던 최혜진(20)은 10오버파 298타로 공동 47위권에 머물렀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조아연(19)은 시즌 첫 컷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올 시즌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배선우(25)도 이번 대회에 도전장을 냈으나 8오버파의 난조로 31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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