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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규제에도…메리츠證 최희문호 ‘MY WAY’

부동산 PF 규제에도…메리츠證 최희문호 ‘MY WAY’

기사승인 2020. 0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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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136%
제한한도 100% 훌쩍 '업계 최고'
수익성 악화 전망에 주가 15% ↓
"대부분 위험도 낮은 선순위 채권
IB강화·리스크관리로 방어"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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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문호’ 메리츠종금증권이 금융당국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져(대출·채무보증) 총량 규제 방침으로 고심이 깊다. 지난해 당국은 오는 7월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 제한키로 했다. 부동산 PF가 주 수익원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를 넘어섰으며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규제 실행 시 PF대출을 정리하거나 자본금을 늘려야 할 처지다.

그러나 메리츠종금증권은 ‘좌고우면’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방침이다. 10년 ‘장수 CEO(최고경영자)’인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식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해외 대체 투자, 인수 금융, 기업 대출 등의 IB 업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이룰 계획이다. 실제 메리츠종금은 2018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 ‘최희문표 매직’의 기록을 또 한 번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는 5조원이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규모는 약 3조66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비율은 136%다. 업계에서 가장 높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5일 증권사의 부동산 PF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로 설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채무보증 취급한도 제한 규제를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오는 7월부터 점진적으로 한도를 높여 2021년 7월 이후부터는 자기자본 100% 이상의 부동산 채무보증은 제한된다. 자본력에 비해 과도한 채무보증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증권사의 경우 현재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 제한이 없지만 정부의 규제 방안이 적용되면 자기자본 이상을 빌려줄 수는 없다.

결국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채무보증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자기자본을 1조원 이상 증자해야 한다. 당장 증권가에서는 사업 동력 상실이 우려되자 메리츠증권에 대한 수익성 악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가는 규제가 발표된 지난 5일 4155원(이하 종가 기준)에서 이달 13일 3505원으로 15.6% 하락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투자포인트는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빠르게 커진다는 전제하에 높은 이익 성장이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에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12월 5일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 발표로 그 전제가 유효해지지 않음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메리츠종금증권은 당장 자산 매각이나 자본 확충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강점인 PF와 IB 강화, 리스크 관리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 부회장은 취임 직후 메리츠종금증권을 키우기 위해 부동산 PF 부문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부동산 금융 주선 금액 5조원을 넘어섰고, 창사 이래 최초로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연간 4338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13년 516억원 대비 약 8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자기자본도 2010년 630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조6600억원으로 불었다.

이 같은 성장은 최 부회장이 취임한 뒤 10년간 한 번도 투자자산이 부도(디폴트)나지 않게 리스크 관리에 힘썼기 때문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은 위험도가 낮은 선순위 부동산 PF 대출이 주를 이룬다. 지난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은 선순위 채권에만 98%(4조9539억원)가 몰려 있다. 중순위 채권은 1.7%(880억원), 후순위는 0.2%(120억원)이다. 채권은 선순위, 후순위인지에 따라 위험도가 나뉘는데 선순위 채권은 담보물건에 대해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 회수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규제에 따른 자본확충 계획은 없으며, 대부분의 부동산 PF 관련 대출 한도를 담보의 40%로 제한하는 선순위 채권을 발행해 위험도가 낮다”고 밝혔다. 또 “PF 보증 규모는 사업이 진행될수록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출 자산을 인위적으로 매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메리츠종금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부동산 자산 별로 채무보증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자산별, 신용보강 유무, 선순위 후순위인지 등에 따라 위험도가 모두 다른데 이를 총량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면서 “당국이 규제안을 연기하는 방안까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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