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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부동산’ 팔아서 실적구멍 메우는 보험사들

‘알짜 부동산’ 팔아서 실적구멍 메우는 보험사들

기사승인 2020. 0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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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규제 영향 시장 침체 타격
新회계제도 도입전 자본확보 시급
차익내기 좋은 강남 자산 등 처분
현대, 역삼동사옥 매각 절차 착수
삼성·메리츠도 여의도 빌딩 팔아
머니톱그래픽
보험사들이 ‘알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최근 현대해상·삼성생명·메리츠화재 등 대형사들이 부동산 매각을 진행했다. 특히 현대해상이 강남사옥을 내놓은 건 20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생명·메리츠화재 등 대형사들도 지난해 여의도 빌딩을 잇달아 매각했다.

보험사들이 황금 입지로 꼽히는 강남·여의도 일대 부동산을 내놓은 이유는 ‘악화된 실적을 메우기 위해서’다. 부동산 가격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실제 시세보다 70~80%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건물을 팔면 수익성과 자산 모두 시세차익만큼 끌어올릴 수 있어, 요즘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유리하다. 게다가 건물에 묶여 있던 자산을 현금화하면 유동비율도 높아져 일거양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업계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8조6218억원 규모이다. 전년 동기 대비 2.3%(4345억원 규모) 가량 줄었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에 위기 맞은 생명보험업계가 적극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생보업계 부동산 자산은 같은 기간 12조6427억원으로, 전년 보다 3% 감소했다.

부동산 매각 러시는 사옥을 보유한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손보업계 2위사인 현대해상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강남사옥 매각에 나섰다. 역삼동 알짜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선 3000억원에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달 14일까지 주관사 선정 제안서를 받고, 최종 선정은 이달 말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생명과 메리츠화재도 여의도 빌딩을 내놓았다. 삼성생명은 최근 BNK자산운용에 매각을 완료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 1월 앞서 우선대상협상자로 선정된 BNK자산운용과의 매각협상이 마무리됐다”라며 “매각가는 2700억원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여의도 빌딩을 1000억원대 매각가로 베스타스자산운용에 팔았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이라고 불릴 만큼 고난의 행군 시기를 보내고 있다.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선 자산을 팔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1위사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3%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27.9% 감소한 269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건물 매각을 통해 보험사들은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을 껴안고 있으면 시세보다 30~20% 낮은 공시지가로 회계처리된다. 특히 요즘같이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시기엔 더욱 부동산 자산이 저평가된다. 반대로 부동산을 팔면, 시세차익을 더해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과 수익 모두 끌어 올릴 수 있다.

더욱이 2022년 도입되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K-ICS)는 원가로 평가해오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시세차익을 보고 팔아 자본을 쌓아놓는 것이 더 유리하다. 여기에 유동비율이 높아지면서 현금 동원력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등 자산 매각으로 이를 메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지금이 좋은 가격에 부동산을 팔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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