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 등에 부과한 과징금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기 위한 ‘부당성’을 앞으로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는 판례가 처음 나온 것이어서 향후 다른 기업의 사건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대한항공과 계열사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대한항공에 흡수합병) 3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1월 대한항공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당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에 인터넷 광고 수익을 몰아주고 통신 판매수수료 면제 등으로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또 유니컨버스에는 콜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하며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식으로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두 계열사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원태·현민 등 총수 일가가 70~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후 대한항공은 공정위 제재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7년 9월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는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싸이버스카이나 유니컨버스에 귀속된 이익이 정상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부당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한항공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공정위는 이에 불복해 상고심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5년 만에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검찰은 대한항공과 조원태 회장에 대한 공정위의 고발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특히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의 규정 내용과 입법 경위, 취지를 고려하면 특수관계인에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수관계인에 귀속된 이익의 부당하다는 점은 피고(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