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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보지도 못한 꽃...나이지리아 4남매 보내는 마지막 길

피어보지도 못한 꽃...나이지리아 4남매 보내는 마지막 길

기사승인 2023. 03. 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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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안산서 발인 예배
어머니 자녀 친구들 껴안고 '오열'
아버지 황망함 속에도 감사 인사
지자체 "유가족에 아낌없이 지원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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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군자장례식장에 마련된 나이지리아 4남매 빈소에 아이들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유제니 기자
"밝고 쾌활한 아이들이었어요. 제 삶의 활력이었죠."

자녀 넷을 하루아침에 잃은 아버지는 조여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애썼다. "이 괴로움을 이겨내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지역사회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27일 새벽 3시 28분께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 A씨와 어머니 B씨는 생후 18개월 된 막내딸은 간신히 구조했지만, 순식간에 타오른 불길 때문에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 4남매는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인날 텅빈 빈소…4남매 영정사진 '덩그러니'
31일 오전 8시, 조문객 하나 없는 빈소에는 환하게 웃는 4남매의 영정 사진만이 조용히 놓였다. 어머니 B씨의 친언니와 친구 비비안 씨가 유가족의 곁을 지켰다.

A씨는 화재로 인해 두 발과 오른손에 화상을 입어 휠체어를 탔고, B씨도 척추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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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4 남매를 잃은 아버지 A씨와 어머니 B씨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군자장례식장의 발인 예배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유제니 기자
◇발인 예배서…"피부색 달라도 우리 이웃 감싸야"
오전 10시 15분부터 발인 예배가 시작되자 B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 A씨는 고개를 떨궜다. 네 개의 작은 관위에 하얀 국화꽃이 조용히 쌓여갔다.

발인 예배에는 국경없는마을의 박천응 목사와 박인환 화정감리교회 목사, 이민근 안산시장, 고영인 민주당 의원(안산단원갑) 등이 참석했다.

박인환 목사는 "4.16 이후 가장 큰 슬픔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약자가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살며, 고통을 받고있다. 국적과 피부색이 달라도 우리 이웃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근 시장은 "더욱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최선을 다해 유가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영인 의원도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서 국회 차원의 방안 마련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씩씩했던 아이들, 마지막 길
추도식이 끝난 후 아이들이 다니던 다문화대안학교 아이들이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도 자녀들의 친구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최혁수 대안학교 교사이자 이주민시민연대 대표는 4남매의 이름을 하나씩 언급하며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최 대표는 "아이들은 명랑하고 똑똑했으며 밝았다"며 "아버지도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4남매는 이날 화성함백산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화장한 후 부곡동하늘공원묘지에 봉안된다.

김남중 군자장례식 대표는 4남매의 장례 비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 안산시도 유가족에게 의료비와 생계비, 주거시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안산시는 재난 등의 갑작스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징검다리 주택'을 유가족에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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