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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범죄 피해자·유족 피해구조금…범죄자 채무서만 공제해야”

[오늘, 이 재판!] 대법 “범죄 피해자·유족 피해구조금…범죄자 채무서만 공제해야”

기사승인 2023. 0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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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해자 유족…범죄자·고용주에 공동 손배소 제기
소송 중 국가로부터 구조금 받아…1·2심 "배상금액서 공동 공제해야"
대법 "범죄자 단독 채무서만 공제…피해자·유족 보호 취지에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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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와 그 범죄자를 고용한 사용자가 부진정 연대채무관계에 놓였을 경우 국가로부터 받은 피해구조금을 공제할 때는 범죄자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에서만 공제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해자 유족이 장대호와 그를 고용한 모텔 주인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의 유족구제금액 공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장대호는 2019년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 직원으로 일하며 투숙객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한강에 유기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건 이후 유족들은 장대호에 불법행위책임을, 그를 고용한 A씨에게는 사용자책임을 물어 공동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로써 장대호와 A씨는 동일한 손해를 각각의 입장에서 변제해야 하는 부진정 연대채무관계에 놓였다.

1,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책임 범위를 놓고 다른 판단을 내놨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연대채무 범위가 동일하다고 봤지만 이어진 2심에서는 A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다만 소송진행 중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유족구조금 약 8800만원을 두 사람의 배상금액에서 공동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유족구조금은 다액채무자인 범죄자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에서만 공제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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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및 대법원 판단의 비교(점선까지가 인정되는 손해배상범위임)/제공=대법원
대법원은 "공동으로 공제하면 책임제한으로 인해 사용자(A씨)보다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는 범죄자가 무자력일 때 그 위험까지 부담하게 돼 구조피해자나 유족의 채권자로서 지위가 약화된다"며 "유족이 국가로부터 소극적 손해배상의 일부에 불과한 구조금을 수령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액채무자인 범죄자의 단독 부담 부분이 소멸하는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판단은 국가가 범죄자의 무자력 위험을 부담하면서 범죄자로부터 충분한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피해자나 유족이 국가로부터 신속하고 간편하게 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손해배상액에서 구조금 공제를 긍정해 이중배상은 방지하되, 손해배상에 앞서 구조금을 먼저 받은 사람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범죄피해자 보호에 충실했다"고 의미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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