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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촌 8남매 맏이에게 시집온 여성의 삶...‘1953년 엄마의 문신’ 출간

광산촌 8남매 맏이에게 시집온 여성의 삶...‘1953년 엄마의 문신’ 출간

기사승인 2023. 06. 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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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격변...극적인 두 세계의 산증인, '엄마'
엄마의 일기장과 인터뷰로 아들이 엮어 낸 엄마의 삶 자취
엄마의 문신
광산촌 8남매 맏이에게 시집온 신세대 여성이 딸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지나온 삶의 여정을 엮어 낸 '1953년 엄마의 문신'이 출간됐다.

책은 1953년 충청남도 서천군 마산면 안당리의 4대 대가족에서 태어난 맏딸이자 지은이인 '영숙 씨'가 주인공이다. 영숙 씨는 시골과 도시, 대가족과 핵가족, 전통과 산업화라는 극과 극의 환경을 한 몸에 경험한다.

대가족 문화 속에서 자랐으나 핵가족으로 변화하는 사회를 바라보아야 했고, 시골의 정서를 받았으나 도시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했으며, 전통에 뿌리를 박고 살았으나 산업화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히고 따라야 했던 1950년대생의 경험이 책에 담겼다.

'고수레' 하면서 음식을 동서남북으로 뿌리던 증조할아버지의 신비스러운 행동과 언어들, 일제의 강제노역으로 홋카이도 탄광에서 일하다 폐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남편을 잃고 홀로 8남매를 키워야 했던 할머니, 6.25 때 인민군에게 총살당할 뻔했다가 살아난 종갓집 장손 아버지,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일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것을 아흔 평생이 지나도록 아쉬워하는 어머니 등의 인물을 책에서 만난다. 그들은 한국 근현대사 속 굵직한 장면들의 생생한 주인공이다.

한 솥에서 밥과 반찬을 동시에 만들던 지혜, 여인들이 컴컴한 밤 은하수를 바라보며 냇가에서 목욕하는 이야기, 사람이 죽으면 안방 병풍 뒤에 시신을 모시던 풍습 등도 소개된다. 책은 1950년대생 어머니들이 경험한 시골 일상에 담긴 서정미와 인간미를 전한다. '한강의 기적'을 위해 희생되고 잃어버린 시골과 전통이 지닌 가치들을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부각한다.

1970년대 말, 가족의 형태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어 가던 시기에 저자는 부부 둘만의 신혼을 뒤로하고, 흩어져 살던 남편의 가족들을 한 곳으로 불러 대가족 생활을 했다. 동시에, 초등학교에서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 학부모는 영숙 씨의 헌신적 이야기를 교육 수기로 써서 교육부에 제출해 상을 받기도 했다.

영숙 씨의 할머니는 자녀를 잘 키웠다고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장한 어머니상을, 친정엄마는 며느리와 사이가 좋다고 고부상을, 본인은 시부모님을 잘 모셨다고 효부상을 받았다. 3대가 섬김의 상을 받았다. 영숙 씨는 35년 교육자로서의 노고를 인정받아 교육부장관상, 경기도지사상, 도교육감상,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했다.

엮은이인 아들이 엄마의 일기장을 참고하고 엄마를 인터뷰하면서 책이 만들어졌다. 아들 정재헌 씨는 "엄마의 이야기는 잘 들어보면 외국과도 같은데, 들을수록 그것이 나의 모국이었음을 발견한다"라고 말한다.

정 씨는 "엄마들마다 몸에 문신을 지니고 있다. 옷 속에 가려져 그것은 평소 보이지 않지만, 몸에 새겨진 그 글자를 읽어보면 그것은 가족과 이웃을 향한 헌신과 고생이다. 한 편의 성서와도 같은 그 글자들은 지워지지 않는다. 책은 이 땅의 영숙 씨들, 엄마들에게 보내는, 걸어오신 모든 발자취에 대한 긍정이요, 감사의 고백이다"고 밝혔다.

지은이 이영숙은 '1953년 엄마의 문신'을 펴내면서 남편과 아들, 며느리까지 네 식구가 모두 책을 출간하는 퍼즐을 완성했다. 남편은 '행복한 커플은 5가지 코드를 맞춘다'(2006년), '슬픈 천국'(2015), '예수의 시크릿 노트'(2019년)를, 며느리는 '결혼이란 무엇일까'(2018)를, 아들은 '나의 스무 살 거울엔 잃어버린 네가 산다'(2021)를 펴낸 바 있다.

이영숙 지음. 정재헌 엮음. 주의 것. 424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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