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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칼럼] 소셜미디어와 음모론 정치

[박재형 칼럼] 소셜미디어와 음모론 정치

기사승인 2023. 07. 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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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며 일본 총리 없는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마치고 귀국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앞에서 전문 국제기구의 권위도, 과학적 지식도 모두 내팽개친 것도 모자랐는지 세계적인 국가 망신 행태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 간다.  


정권 탈취라는 목적을 위해 터무니없는 음모론으로 과학을 왜곡해 국민을 선동했던 2008년 광우병 사태 후 15년이 지났다. 그사이 천안함, 세월호, 사드에 이어 후쿠시마까지 음모론 정치는 계속 진화했다. 이와 같은 음모론 정치의 악화에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과학기술의 발달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극우 성향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는 2012년 12월 발생한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이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전파하며, 피해자들도 실제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연기자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자신의 음모론 추종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각종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끔찍한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존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어맨다 크로퍼드는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현대 소셜미디어 시대의 첫 번째 주요 음모론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의 폐해를 연구했다. 그는 이 사건은 어떻게 비주류적인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류가 되고, 다양한 기득권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히 발전했다.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012년은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첫해였다. 지금까지 다른 음모론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비슷한 경로를 따라오고 있다. 


크로퍼드는 2012년 당시 소셜미디어에만 한정됐던 기괴한 음모론이 주류 언론으로까지 확산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에 관한 음모론은 잘못된 정보의 유산이며 이는 앞으로 미국을 괴롭힐 위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서 극단주의적 콘텐츠를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로, 다양한 웹 플랫폼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다. 메신저 포럼, 소셜네트워킹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 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음모론의 생산자와 그에 대한 맹신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소셜미디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절정기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역할과 사실 확인을 위한 역할 두 가지를 모두 담당했다. 글로벌 위기 동안 개인이 접하는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절정기에 잘못된 정보의 확산과 사실 확인을 위해 모두 사용됐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18세에서 56세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짜라고 의심되는 뉴스에 대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49%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코로나19에 대한 뉴스와 정보에 접근했으며, 46%는 팬데믹과 관련된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보았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팬데믹 초기 몇 주 동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정보, 정부 당국과 언론에서 제공하는 복잡한 정보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그들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뉴스 피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다양한 소스를 통해 뉴스 기사의 신뢰도를 대조하고 점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은 소셜미디어의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의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여론이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피하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 응답자들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정보에 문제가 없는지 평가하기 전에 해당 콘텐츠를 공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정보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지 않고 공유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해당 정보가 새로운 지식과 판단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판단이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유한다. 또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정확성 여부의 확인 없이 소셜미디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견해 또한 이러한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소셜미디어는 음모론을 포함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 세계 통신망에서 공유하기 쉽게 만들었다. 음모론은 진실을 외면하려는 태도나 사실에 대한 믿음의 감소 등에 따라 만들어지며, 믿을 수 있는 정보의 자리를 그렇지 못한 정보가 대신하도록 한다.


음모론자는 자신의 견해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이 의지하고 지지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활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가에 대한 의존은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들에 의한 공식적인 정보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 음모론 편에서 과학을 왜곡하는 극소수 과학자로 인해 정상적인 과학자의 견해마저 신뢰를 잃게 만든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정보에 대한 신뢰가 강한 사람들이 중요한 사건을 왜곡해 설명하는 음모론을 더 잘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음모론뿐만 아니라 오래된 음모론에 대한 믿음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 약간의 미디어 이해력 또는 미디어 분별 능력(media literacy)이 있어 잘못된 정보를 식별할 수 있더라도 소셜미디어에서 찾은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는다면 그런 능력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즉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 식별 능력이 음모론에 대한 믿음을 낮추지만, 일단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으면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잘못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미디어 분별 능력의 한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미디어의 정보를 분별하는 교육에는 소셜미디어 환경, 뉴스 제작과 보급뿐만 아니라 정보가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부분이 포함돼야 한다. 이용자에게 이런 교육이 이루어져야 음모론에 넘어가지 않는 소셜미디어 활용이 가능하며, 퇴행적인 음모론 정치꾼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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