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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문 전 대통령발(發) 또 하나의 괴담과 통계 조작

[이각범 칼럼] 문 전 대통령발(發) 또 하나의 괴담과 통계 조작

기사승인 2023. 09.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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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사진 2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는 괴담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관련 공포마케팅에 국민들의 내성이 생기자, 정치판은 또 하나의 무지한 주장을 만들어 냈다. 며칠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서 말했다.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낮아지고, 국가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한민국이 후진한 5년'이었다. 이념을 앞세운 정책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임을 내세우며 '적폐 청산'의 완장을 차고 합리적 토론을 봉쇄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가를 지탱해 온 기둥이 뽑히고 내벽이 허물어졌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며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최악의 일자리 성적으로 경제 참사를 불러왔다. 고용의 질이 떨어져서 청년 실업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신규취업자 수는 급감하였다.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난 대신 장기실업자가 2000년 이후 최다로 늘어났다. 실업급여가 5조원을 돌파하였다. 소주성은 노동시장구조를 왜곡시켰다. 세금으로 만든 가짜 일자리가 늘어나면 노동력의 합리적 배분은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정부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주었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은 '소주성' 정책의 결과가 나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가 가리킨 바로는 저소득 계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오히려 고소득층의 자산소득이 늘어났다.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어남에 따라 중산층 붕괴 현상까지 우려되었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통계청 공무원 등을 불러 통계를 뒤집기 위한 밤샘 회의를 하고 "소주성으로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왜곡된 분석 자료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 집값은 두 배 이상 폭등하였고, 부동산시장의 혼선과 불신이 가중되었다. 많은 영끌족의 내 집 마련 꿈은 좌절되었다. 최근 감사원은 부동산 양극화 심화를 숨기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밝히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탈원전 정책 또한 이념의 맹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값싼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을 억제하는 대신 시간당 가장 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높였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졌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대폭 수정하였다. 거칠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 비중이 오히려 늘어났다. 탄탄하던 '한전'은 적자 누적 기업으로 바뀌고, 우리나라 국민은 전기료 폭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국가 재정건전성을 지키지 못하면 물가-금리-환율에 부담이 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죄명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총선을 불과 1년도 남기지 않은 2015년에 평균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였다. 당시 야당은 "서민 증세"라며, 여당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반대하였다. 결국 이듬해 총선에서 참패하고, 그 여파로 탄핵까지 당하게 되었다. 건국 이래 국가 재정건전성을 지킨다는 대통령의 기본적 책무가 유독 지난 문 정권에서만 방기되었다.

한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모두가 다 아는 위기 탈출의 해법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막는 '불능 정치'로부터 비롯되었다.

현재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세계 최저의 출생률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더불어 가계 부채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혁신하고 개혁하는 대신 이념 추종적이면서 시대 역행적인 정책에 매달리는 바람에 중요한 5년을 그르쳤다. 9월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면서 쓴 단골 메뉴인 "잠재 성장률보다 낮게 예상되는 올해 경제 성장률, 수출 감소, 무역수지 적자의 누적적 증가, 부진한 내수 등"은 현 정부가 전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서유럽의 정치를 보면 경제위기를 맞이할 때 좌우 정부는 각각 자기 지지기반 위에서 개혁 작업을 이루었다. 좌파 정부는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을 해내었다. 우파 정부는 정부개혁, 기업개혁, 복지개혁을 해내었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지지층의 반발로 정권을 잃을지언정, 국가를 위한 결단을 해내었다. 독일 사민당정부의 슈뢰더 총리가 결행한 노동개혁이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이 그러하였다. 독일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 총리의 사회보장제도 수립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의료보험체계 도입은 모두 국가적 과제를 우선시한 정부의 작품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개혁 대신 힘센 노동조합과의 유착관계를 통하여 내부노동시장을 강화하였다. 교육개혁 대신 힘 있는 교육카르텔의 손을 들어주었고, '표' 까먹을 연금개혁은 아예 외면하였다.

선거민주주의의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불편한 진실을 국민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이 0%가 되더라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라든지, "지지율 1%가 되더라도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신문 기사 내용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요즈음처럼 여론조사의 결과로 국정을 평가하는 초단타 여론 민주주의 환경에서 대통령의 "욕먹을 각오를 한" 개혁의 결행은 나라의 미래를 위한 자산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닥친 복합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나라 안의 운동권 정치와 이념집단의 저항이 거세다. 세계질서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외톨이 국가들의 결집이 뚜렷하다. 신냉전 시대로의 전환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정확한 세계 전략으로 대외적 질서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나라 안. 의회 권력, 사법 권력, 여론 권력, 시민사회 권력, 조합 세력에 겹겹이 포위된 채 대통령 권력 하나로 개혁 의지를 불태운 윤석열 정부는 시대적 변화를 읽을 줄 알고, 혁신 의지가 충만한 세력의 결집을 통하여 현재의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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