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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4년차 김남호 DB 회장, 손보·하이텍 성과 ‘과제’

홀로서기 4년차 김남호 DB 회장, 손보·하이텍 성과 ‘과제’

기사승인 2023. 10. 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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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물려받았지만…경영권 불안정
'내 사람' 기용해 사업 재편 본격화
지분 승계 위해선 '능력입증' 관건
"금융쏠림 완화 등 지속성장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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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년 차를 맞은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홀로서기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으로부터 '직'은 물려받았지만, 경영권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김준기 전 회장은 그룹 핵심 축인 DB손해보험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말 실질적 지주사인 DB Inc의 지분을 확대해 최대주주인 김남호 회장과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이로써 김 회장은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김남호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성과를 내야 한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경우, 지분을 움켜 쥔 부친과 '불편한 동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서다. '40대 경영인' 김 회장은 세대 교체와 그룹 사업 재편 카드를 꺼냈다. 그는 취임 후 김준기 전 회장 체제에서 10년 이상 대표직을 맡아온 여러 금융·제조 계열사 대표이사 대신 새 인물을 선임했다. 업계 일각에선 아버지 세대의 인물 대신 '내 사람'을 기용해 홀로서기를 본격화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회장은 '위기에도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그룹 캐시카우인 보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를 키워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손해율 상승과 경쟁 심화로 보험업은 미래가 밝지 않고,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5개 주요 금융·제조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기존 1950년대생에서 19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2020년 7월 취임했으며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1975년생인 그는 2009년 1월 그룹에 입사해 동부제철, DB금융연구소 등 주요 계열사에서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았다. 겸손하며 젊은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이 인사 쇄신에 나선 이유는 경영권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79세인 김준기 전 회장이 작년 말 실질적 지주사인 DB Inc 지분을 확대(11.61%→15.91%)해 김남호 회장(16.83%)과 격차를 0.92%포인트로 줄였기 때문이다. 또 김 전 회장은 그룹 매출을 책임지는 DB손해보험(5.94%) 등 계열사 지분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은 1969년 자본금 2500만원으로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세웠으며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웠다.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며 2020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2017년 성추문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021년부터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에 선임됐다.

김남호 회장으로선 지분을 승계 받으려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자신과 손발이 맞는 대표들로 세대교체를 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의 인사는 그룹 핵심 축인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선임이 대표적이다. 올 3월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부회장)가 돌연 사임했고, 이로 인해 김 회장이 지난해 신규 선임한 정종표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김정남 부회장이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것"이라며 "보험그룹장으로서 역할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1952년생인 김정남 부회장은 보험업계 최장수 CEO로, 13년 간 DB손보를 이끌었다.

신규 취임한 정종표 대표는 1962년생으로 '업계 1위'를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보장성 보험 확대, 베트남 등 해외 시장 개척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1987년 DB손해보험에 입사한 뒤 법인사업부문 부사장, 개인사업부문 부사장 등을 거친 '영업통'으로 꼽힌다. DB손해보험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하반기부터 금융감독원의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계리적 가정(손해율 등)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

제조업 주력사인 DB하이텍 대표도 10년 만에 바꿨다. 김남호 회장은 1954년생인 최창식 부회장 대신 1964년생인 조기석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공대생' 출신으로 1994년 동부종합기술원에 입사해 DB하이텍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 사업에서만 일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DB하이텍은 주력 공정인 8인치(웨이퍼 지름) 증설과 고부가가치 제품 '투 트랙' 전략을 꾀하고 있다. DB하이텍의 올 상반기 매출액(606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고, 영업이익(1729억원), 당기순이익(1566억원)은 반토막 났다.

또 김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20년 9월 김하중 전 부회장 대신 윤재인 DB저축은행 대표를 기용했다. DB저축은행은 1945년생인 김하중 전 부회장이 1997년 대표이사에 취임해 23년을 운영해왔다. 윤재인 대표는 1951년생으로 DB저축은행 영업1본부장,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DB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다. 같은 해 윤 대표와 더불어 DB생명 대표(이태운→김영만)와 올 3월 DB금융투자(고원종→곽봉석) 대표 자리에도 새 인물을 앉혔다.

'김남호 시대'를 연 그의 과제는 성과 창출이다. 오랜 과업인 DB손해보험 등 금융 중심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DB하이텍을 통해 그룹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선보여야 한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선이다.

취임 3년 간 그룹 매출은 2020년 23조원에서 2022년 27조원대로 성장했지만, 금융 계열사 실적 의존도(90%)는 여전히 높다. DB손해보험 비중이 76%에 달한다. 또 작년 말 기준 21개 계열사 중 DB월드(골프장 등 운영) 등 6곳은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글로벌 부문은 성과를 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인수합병을 통해 베트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5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고, DB하이텍의 미국 법인의 당기순이익도 소폭 상승했다.

DB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을 키워 제조 부문을 강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금융 쏠림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과 관련해선 "DB그룹 경영권은 총수이자 동일인인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있기 때문에 분쟁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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