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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vs 김준기, DB그룹 완벽한 승계 ‘언제쯤’

김남호 vs 김준기, DB그룹 완벽한 승계 ‘언제쯤’

기사승인 2023. 10. 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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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 '미완'
父+누나 지분율보다 8.95%p 적어
재계 "부친 살아있는 한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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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vs 5.94%.'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김남호 그룹 회장과 부친인 김준기 전 회장의 지분 대결 구도다. 두 사람만 놓고 보면 아들인 김 회장의 지분이 아버지보다 많아 완전한 경영 승계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김 전 회장이 딸인 김주원 부회장(해외 담당)과 지분을 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DB손해보험을 비롯해 DB Inc(실질적 지주사) 등 주요 계열사의 부녀 합산 지분이 김 회장을 넘어선다.

장남으로서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김 회장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영 능력을 입증 못하면 김 전 회장이 딸인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을 끌어와 언제든 경영 참여 및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원 부회장은 지난해 7월 그룹 부회장 겸 해외담당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로, 금융과 제조 계열사 21개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경영 승계는 미완 상태다.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2017년 성추문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장남인 김 회장에게 2020년 7월 회장직을 물려줬지만,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다.

주목할 점은 김준기 전 회장이 딸인 김주원 부회장과 주요 계열사별 지분을 합하면 최대주주인 김 회장을 모두 앞선다. 1973년생인 김주원 부회장은 김남호 회장의 두 살 위 누나이며, 지난해 7월 그룹 부회장 겸 해외담당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2021년부터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으로 해외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실질적 지주사인 DB Inc 지분을 15.91%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 9.87%를 합하면 총 25.78%가 된다. 부녀의 지분율이 김남호 회장보다 무려 8.95%포인트 많다. 앞서 김준기 전 회장은 작년 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4.3%의 주식을 추가 취득해 DB Inc 지분을 확대했고, 김남호 회장의 지분율과 격차를 0.92%포인트로 좁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어도 창업주로서 아들에 대한 견제와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준기 전 회장은 그룹 핵심 축인 DB손해보험의 지배력도 적지 않다. 그의 DB손해보험 지분율은 5.94%로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 3.15%를 합하면 총 9.09%다. 이 경우 부녀의 지분율은 김 회장을 0.08%포인트 앞선다.

이 외에도 김 전 회장은 DB금융투자(5.39%), DB저축은행(14.14%), DB하이텍(3.61%), DB스탁인베스트(34.07%), DB인베스트(73.51%) 등 금융·제조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김주원 부회장도 DB저축은행(0.37%), DB하이텍(0.39%), DB스탁인베스트(36.84%) 등의 소유 지분이 있다.

만에 하나 김준기 전 회장이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을 끌어오거나 비상장 또는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주력사 지분을 늘리면 김남호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DB하이텍, DB금융투자, DB손해보험, DB Inc 등 상장사 4곳의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6일 종가 기준 김 전 회장의 현금 동원력은 총 5191억원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창업 이래 지금까지 김준기 창업회장이 총수로서 그룹을 지휘하고 있으며 지금 승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재벌가 역사 상 부친의 유고가 있지 않는 한 살아 생전 완전한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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