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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K-콘텐츠 수출 ‘빨간불’...“해외 전략 다시 짤 때”

[창간 18주년] K-콘텐츠 수출 ‘빨간불’...“해외 전략 다시 짤 때”

기사승인 2023. 11.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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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성장' 전문가 제언
정부의 K-콘텐츠 육성 방침에도 곳곳서 위기 경보
OTT 등장으로 영화 수요 감소...K-팝 빌보드 진입 급감
슈퍼 IP 육성...건강한 제작 시장 환경 만들어야
마스크걸 고현정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BTS),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한 지 불과 수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K-콘텐츠 위기론이 나온다.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은 흥행성적 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한국 영화는 조금씩 외면 받고 있으며 K-팝의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다. K-콘텐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방안을 다시 살펴야 할 때다.

K-콘텐츠는 침체된 한국 수출의 구원투수로 급부상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수출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인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1년 기준 K-콘텐츠 수출액은 124억 5000만 달러로 가전제품이나 전기차 수출액보다 많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2017년부터 5년간 K-콘텐츠가 주도한 한류 생산유발 효과는 37조원, 취업유발 효과는 16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2024년 콘텐츠 분야 정부 예산안을 1조 125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문체부 예산안 6조 9796억원의 14.5%에 달한다. 지난해 콘텐츠 분야 예산 대비 약 20%(1683억원) 증가한 규모다. K-콘텐츠 기반 조성, 대표 장르 육성, 수출 확대를 통해 2027년까지 콘텐츠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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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문화체육관광부
◇곳곳서 '빨간불'...엔데믹에도 회복 안 되는 영화계·둔화하는 K-팝 성장지표

K-콘텐츠의 한 축인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등장으로 영화관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이런 이유로 아직 개봉 일정도 잡지 못한채 '곳간에 쌓인' 영화들이 100여 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개봉이 늦어지면 투자비, 제작비 회수도 덩달아 늦어지고 이는 다시 새로운 작품 투자를 어렵게 하는 악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영화 티켓가격 상승도 관객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던 영화관들이 관람료를 올리면서 2019년 1만원 내외였던 티켓가격은 현재 1만2000~1만5000원에 이른다. 관객의 선택은 신중해졌다. 영화 한편 가격이면 OTT를 1개월 간 이용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배우들의 선호도ㄹ 극장을 찾는 이들은 줄었다. 그만큼 돈을 내고 볼만한 영화라야 발을 뗀다. OTT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며 대규모 투자는 영화보다 OTT 콘텐츠로 몰리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한국 영화시장은 '천만관객'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며 "올 여름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500만('밀수') 정도였다. 앞으로 200, 300만 정도로 성공 목표를 세워 제작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게 영화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환경이 달라졌다. 작품이 영화에 소개될 것인지 OTT에 소비해도 되는 작품인지를 기획 단계에서 면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팝 시장도 녹록하지 않다. 올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BTS의 부재와 함께 대두된 'K-팝 위기론'은 여전하다. BTS에 버금가는 차세대 스타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K-팝 아티스트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한 횟수는 지난해 26회로 전년 대비 53% 급감했다. 동남아시아 주요국에 대한 음반 수출 역시 전년 대비 약 30% 하락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선 6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K-팝이 지속 가능한 장르이자 산업으로 진화하려면 현지 자본과 손잡고 현지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해 육성하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세계 3대 메이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을 잡고 글로벌 걸그룹을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K-팝 기획사들은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며 "현지 투자 방식으로 K-팝의 보편화가 이뤄진다면 K-팝 시장에 대한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반 판매에 있어서도 "본래 판매량이 높은 일본이나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중앙아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K-팝 음반 구매가 충분히 가능한 나라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빅히트뮤직
영화 밀수의 한 장면 NEW
영화 '밀수'의 한 장면./NEW

◇ 슈퍼 IP 확보...건강한 제작 시장 형성해야

정부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처럼 한국 콘텐츠산업의 위기감은 솔솔 피어오른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국내 영상콘텐츠 제작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과감하게 지원하지만 제작 후 콘텐츠 IP를 독점해 부가적인 수익을 모두 가져간다. 국내 투자는 반길 일이지만 이 경우 국내 영상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제작사나 창작자는 충분히 보상 받지 못한 것이 논란이 되며 이 문제가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건강한 제작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IP(지적재산권) 확보가 필수다. 특히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슈퍼 IP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국내 사업자가 스스로 유통망을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직접 매출을 일으키는 구도가 더욱 바람직하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좋은 작품만 있으면 됐다. 앞으로는 IP를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IP를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그동안 씨를 뿌리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그것들이 나무, 즉 슈퍼 IP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씨를 뿌리는 지원에서 나무를 키우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올해 3월 미국의 한 금융기업이 발표한 세계 슈퍼 IP 25개의 통계를 제시하며 "포켓몬스터, 헬로키티는 한 해 연관 상품을 통해 지금까지 수백조 원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오징어게임' '핑크퐁' 'BTS' '블랙핑크' 등 성공한 K-콘텐츠 사례가 넘치는 데 반해 해외 사례와 같은 '슈퍼IP' 권리 확보와 비즈니스 중요성이 대두되지 못하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9년 설립 이후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등 각 산업·장르별 원천 콘텐츠 생산 중심의 제작 지원 사업에만 집중해 콘텐츠 IP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전담 부서가 없었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D.P2 넷플릭스
드라마 'D.P.2'/넷플릭스
◇세액공제율 해외 수준으로 상향해 경쟁력 강화해야

K-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세액공제 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의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다. 이는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스페인은 25%, 미국 뉴욕주 30%, 영국은 34%를 공제해주고 있다.

변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해 영상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해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하는 'K-콘텐츠 경쟁력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샹향 조정한 것이 골자다. 또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기한 폐지, 세액공제 대상을 다큐멘터리에서 교양프로그램 전체로 확대,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금액의 세액공제 특례를 신설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이 교수는 "이번에 세액공제를 파격적으로 높이는 안이 나온 것은 그 중요성을 국가적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라며 "세액공제율 상향은 국내 제작시장의 체력을 키워주고 글로벌 OTT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와이스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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