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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21세기 예술의 수도 서울에 예술섬이 생긴다면…

[손수연의 오페라산책]21세기 예술의 수도 서울에 예술섬이 생긴다면…

기사승인 2023. 11. 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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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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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이 선보인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한 장면./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서울시민의 문화복지 향상에 중심을 두고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첫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서는 징슈필 '마술피리'로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도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부파가 무대에 올랐다. 최근 노들섬 야외무대에서 공연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전석 무료 선착순 예약으로 진행됐고 일찌감치 매진됐다. 주말 저녁 가족 단위로 오페라를 보러온 시민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갑작스레 기온은 내려갔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아름다운 한강의 낙조를 배경으로 시작된 오페라에서 무대장치는 단 이틀 공연하고 내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만큼 화사하고 섬세했다. 작품 배경이 스페인의 세비야이기 때문인지 푸른색 계열의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무대는 녹색으로 꾸민 벽면과 잘 어울렸다. '해리 포터'의 기숙사처럼 움직이던 이동식 계단만으로도 별다른 장치 없이 장면을 전환할 수 있어 실내극장에 비해 제한된 장소의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했다. 표현진은 요즘 주목받는 굵직한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는 연출가다. 이번 공연에서도 가족이 다 함께 보는 오페라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고전적이고 우아한 무대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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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이 선보인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한 장면./서울문화재단
이번 공연은 소프라노 박혜상이 7년 만에 서는 국내 무대여서 화제가 됐다. 지난 7년간 세계적 성악가로 성장해서 돌아온 그이기에 더욱 관심을 모았다. 마이크와 음향장치를 사용해야하는 야외오페라에서 음악 부분을 깊이 논의하기에는 어려우나 박혜상은 예의 영민하고 생기 넘치는 음색으로 고유의 로지나를 노래했다. 연기 면에서도 사랑스럽고 야무진 모습을 잘 표현했다. 피가로 역을 맡은 바리톤 안대현, 알마비바 백작의 테너 김성현, 바르톨로 역의 바리톤 김경천 또한 좋은 가창으로 맡은 역할을 잘 소화했으나 이 작품이 희극적인 부분을 더 부각하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야외오페라인 점을 감안해 몸을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움직이고 슬랩스틱 분위기가 나도록 연출했더라면 더 흥겨운 반응을 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1막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나 2막 바르톨로와 알마비바 백작이 서로를 떠보는 듀엣 등에서는 그런 점이 특히 아쉬웠다.

김건이 이끈 군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여유롭고도 발랄한 음색, 성악가들간의 조화로운 앙상블 등 음악적인 면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나타냈다. 때문에 연출 측면에서 좀 더 희극성을 강조했더라면 쌀쌀한 날씨에도 끝까지 눈을 빛내며 집중하던 관객들의 몰입도가 더욱 올라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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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이 선보인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서울문화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들섬을 향후 서울과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문화예술의 섬으로 꾸미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계획은 오 시장 1기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였지만 구체적 진행 단계에서 전면 백지화됐다가 재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들섬은 과거에도 백사장과 낚시터, 스케이트 장으로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다녀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도 서초동 예술의전당보다 좋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2년간 노들섬에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선보인 것은 예술섬 구축을 위한 의미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보행자 다리인 밀레니엄 브리지를 통해 시내 중심가와 연결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런던에서 가장 낙후됐던 지역 중 하나였던 이곳은 요즘 최고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되었다. 노들섬이 예술섬으로 완성되면 그 곁에는 이미 우리 역사의 증인 한강대교가 자리 잡고 있다. 밀레니엄 브리지가 부럽지 않다는 얘기다. 공연이 시작될 무렵, 푸른 강물과 노을로 붉게 물든 공연장, 백 년이 넘은 다리를 건너 하나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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