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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파키스탄, 겨울에 아프간 난민 추방 중단해달라” 촉구

유엔 “파키스탄, 겨울에 아프간 난민 추방 중단해달라” 촉구

기사승인 2023. 11. 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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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GHANISTAN-PAKISTAN-DEPORTATIONS <YONHAP NO-5046> (AFP)
지난 20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지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프간 난민들의 모습/AFP 연합뉴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추방하고 있는 파키스탄에 "혹독한 겨울철 대규모 추방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바바르 발로흐 유엔난민기구 지역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겨울 추위는 치명적이고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파키스탄 정부에 이 혹독한 겨울철 대규모 추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아프간인들의 귀환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파키스탄은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한 개인을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불법체류자들은 11월 1일까지 모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강제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100만명이 넘는 파키스탄 내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아프간인들로 사실상 이들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키스탄 당국은 현재 수십만명의 아프간인들이 거주하는 항구도시 카라치를 시작으로 난민 정착촌 등을 가가호호 수색하며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섰다.

파키스탄에는 400만명이 넘는 아프간 이주민과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70만명은 체류를 위한 서류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에는 1979년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아프간인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탈환한 이후에도 많은 수가 유입됐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은 최근 분리주의자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남서부 발루치스탄주(州)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의 이슬람 사원 2곳에선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57명이 사망한 이후 아프간 난민 추방 방침을 내세웠다. 파키스탄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발생한 24건의 자폭 공격 중 14건이 아프간인에 의해 자행됐다"며 아프간인들을 안보의 위협으로 여기고 있음을 내비쳤다.

파키스탄 정부의 발표와 단속 이후 아프간 국경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21일 지난 두 달 동안 37만 명이 넘는 아프간인들이 파키스탄을 떠났다고 밝혔다.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 대규모 추방이 이뤄지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 등 각종 전염병이 확산하고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빈 손으로 추방되는 난민들도 문제지만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간의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지난 6월까지 아프간의 실업률은 2배 이상 뛰었고 인구의 3분의 2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에 놓여 있다. 아프간 난민부가 귀국자들을 임시 캠프에 수용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추방된 아프간인들이 심각한 생계 위기에 내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이 아프간 난민 추방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파키스탄 당국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인권 운동가들이 파키스탄 법원에 추방을 중단해달라는 청원을 냈지만 법원도 아직 심리에 회부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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