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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 혼자만 웃은 클린스만… 고개 숙인 손흥민은 끝까지 감독 감쌌다

“웃어?” 혼자만 웃은 클린스만… 고개 숙인 손흥민은 끝까지 감독 감쌌다

기사승인 2024. 02. 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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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FIFA 랭킹 87위 팀인 요르단에 패배하고도 웃음을 지었다. 내내 고개도 들지 못한 손흥민과 상반된 표정이었다.

7일(한국 시각) 자정,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에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0-2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아시안컵 이후 64년 만에 노린 우승컵을 들지 못한 채 4강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대표팀의 분위기는 적막감이 돌았다. 선수들은 어둡고 허망한 표정으로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경기장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특히 손흥민은 경기 직후 오랫동안 경기장에 서서 터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는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간절했던 만큼 눈물을 쏟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하 연합.

단 한 사람만은 예외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이후 오히려 미소를 지은 채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찾았다. 그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선수들 옆에서 웃고 있었다. 요르단 축구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장면은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클린스만 감독이 그의 팀이 패배한 뒤 미소를 지으며 요르단 감독을 축하하는 모습이 포착돼 한국 팬과 기자의 분노를 샀다. 몇몇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요르단 후세인 아무타 감독과 인사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이에 대해 클린스만은 "더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한 팀을 축하하는 건 나에게 당연한 일이다. 만약 웃으면서 축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있다면 접근하는 법이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이 고개만 숙인 채 연신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손흥민은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카메라를 쳐다도 보지 못한 채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라며 "선수들은 그 와중에 최선을 다했는데 우리들의 실수로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돼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굳은 표정으로 "너무 아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tvN

이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나눈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북중미 월드컵에서 잘할 수 있을까'의 질문에 "일단 그전에 제가 먼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많은 분의 비판을 받으시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연히 아시안컵 우승하려고 모셔 왔는데 4강에서 좌절하고 패배한 것에 대해 감독님이 질책받는 것에 있어서 전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토너먼트 하기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시선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받는 부담감도 분명 크셨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잘 이겨내셨다. 선수들 케어하는 데 있어서 티도 하나도 안 내시고,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앞으로 감독님은 분명 이런 계기를 통해 더 단단해지실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이 질책받는 상황이란 것을 인지하면서도 감독으로서의 권위를 떨어트리지 않고, 두둔하며 감쌌다. 경기력에 있어서 핑계도 대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결승 진출 실패의 원인으로 앞선 경기에서 두 번의 연장전이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그건 저희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답변이다"라며 "축구를 하다 보면 그렇게 해서 이기고, 그렇게 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기 때문에 그게 패배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FIFA 랭킹 23위 한국은 87위 요르단에 완패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요르단의 역습에 휘둘리더니 후반전에는 본격적으로 뚫려버린 한국의 수비망을 헤집은 요르단에 속절없이 무너져 2-0 스코어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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