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글로벌 전략 재편] ‘조용한 투자’ 삼성SDI, 올해는 다르다

[글로벌 전략 재편] ‘조용한 투자’ 삼성SDI, 올해는 다르다

기사승인 2024. 03. 27.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기존 정중동 행보서 전략 변경
북미 지역 단독 공장 건립 검토
국내선 양극재 생산 공급망 확보
basic_2022
basic_2021
'정중동(靜中動)'. 삼성SDI에 따라붙는 대표적 수식어다. 한참 생산시설을 늘리던 배터리 제조사들과는 반대로 신중하게 생산 거점을 설립해온 전략 탓에 나온 평가다. 지금까지 삼성SDI가 마련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거점은 전 세계 5곳에 불과하다. 특히 수요가 몰려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던 북미 지역에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 2개, GM과의 합작공장 1개가 전부다. 경쟁사들은 단독 공장을 필두로 생산능력을 키워 왔으나, 삼성SDI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합작사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삼성SDI는 달라진 전략을 선포했다. 특히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지역에는 단독 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가 현재 신기술이 정착하기 전 수요가 둔화되는 이른바 '캐즘(Chasm)'을 겪고 있지만, 이를 오히려 투자를 확대할 기회로 삼은 셈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면서 소재 내재화를 진행하고, 광물도 공급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하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토대로 생산능력을 확보해 나갈 전망이다.

2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북미 지역 단독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라기보다는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생산 시설을 늘리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동안 삼성SDI의 행보와 비교하면 과감한 선언이라는 평가다.

현재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글로벌 생산 거점은 5곳이다. 한국 울산 공장, 중국 시안 공장, 헝가리 공장이 아시아 및 유럽 거점이고, 미국에는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과 GM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는 여타 배터리 제조사들과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2020년부터 배터리사들은 생산시설을 전폭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기존 투자로 성과를 내면 다음 투자를 추진하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설비투자 규모에서도 신중한 투자 기조가 드러난다. 2020년 삼성SDI의 설비투자금액(CAPEX)는 1조7280억원 수준이었고, 2021년 2조2550억원, 2022년에는 2조8090억원 수준이다.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지난해에는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만 4조28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등 증설을 지속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집행한 CAPEX 규모는 10조8906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SDI도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시점에 설비 투자를 집행하면서 수요가 회복되는 때에 맞춰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다져온 '질적 성장'도 과감한 투자에 힘을 싣는다. 최근 삼성SDI는 내년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예고했다. 시점을 1년가량 앞당기면서 기술력을 강조했다. 아울러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전지 양산 시점도 2027년으로 가장 빠르게 예정했다. 결국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한 수요 확보를 자신한 셈이다.

삼성SDI는 일단 북미에서 내년 초로 예정된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 가동을 앞당기고, 2공장 가동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GM과의 합작 공장도 가동하게 되면 북미 생산 100GWh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가 있더라도 보호 무역주의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라, 북미 투자에 더욱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증설을 예고했다. 현재 증설을 추진하는 헝가리 공장은 90%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고, 수요 회복 시기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생산이 늘어날 예정인 만큼, 소재나 원료 광물 공급망 안정화도 필요하다. 삼성SDI는 울산에 자회사를 통해 양극재 공장도 신설하기로 했다. 주요 소재인 양극재를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자체 생산도 추진하면서 공급처를 다양화해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요 원료 광물인 니켈 확보를 위해 캐나다 니켈 광산 프로젝트에 투자도 단행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배터리 수요가 둔화된다고 하지만 전기차 전환은 지속되고 있다"며 "수요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할 시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