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원포인트건강] 사라졌던 ‘결핵’…현재진행형인 까닭은(?)

[원포인트건강] 사라졌던 ‘결핵’…현재진행형인 까닭은(?)

기사승인 2024. 03. 29. 09:1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국내 환자 59% 줄었지만, OECD 발생률 1위 사망률 3위 불명예
결핵균 감염=발병 아냐… 90% 평생 발병 안 해, 면역력 떨어지면 위험
원포인트건강
사라졌던 결핵이 되살아 나고 있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결핵보균자의 90%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결핵균은 전염성 있는 결핵 환자가 기침했을 때 비말(침방울)을 통해 공기 중에 나오는데 이때 떠도는 결핵균을 다른 사람이 코·입 같은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폐까지 도달해 발생한다.

지난 2021년 전세계적으로 160만여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고 1060만여 명의 환자가 신규 발생했다. 현재도 전 세계 인구의 3분1이 결핵균에 감염돼 있다는 통계도 있다.

김주상<사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은 감염력은 높지만 매우 느리게 진행하고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결핵균이 침입한 후 체내의 저항력이 약해지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평소 적절한 운동과 함께 과음이나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핵균은 매우 천천히 증식하면서 우리 몸의 영양분을 소모시키고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때문에 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의 상당수는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나는게 보통이다. 무력감이나 쉽게 피로를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일반적인 증상이다. 체중이 감소하고 미열이 있거나 잠잘 때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결핵균이 침범한 장기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다. 신장 결핵이면 혈뇨와 배뇨 곤란, 빈뇨 등 방광염의 증상이 나타난다. 척추 결핵이면 허리 통증을 느끼고,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가장 흔한 폐결핵의 경우 70~80%의 환자에서 기침과 객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결핵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결핵성 수막염과 급성 속립성(혹은 좁쌀) 결핵이다. 주로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결핵성 수막염은 두통, 구토, 발열, 의식 혼탁, 경련, 혼수상태 등의 증상을 보인다. 속립성 결핵은 다량의 결핵균이 혈액 속에 퍼졌을 때 일어나는데 증상은 패혈증과 비슷하다.

초기 결핵은 기침 이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방치하기 쉽다. 때문에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단순 감기가 아니라 결핵일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진료를 받는게 좋다.

국내 결핵 신규 환자 수는 지난 2011년 3만955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7.8%씩 감소하며 지난 11년간 58.9%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결핵 후진국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 통계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은 1위, 사망률은 3위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증가가 눈에 띈다. 김주상 교수는 "1950~1960년대 영양결핍과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많은 국민이 결핵균에 노출된 것이 현재 노인 결핵 환자 증가의 원인이다"고 진단하고,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잠복결핵 감염상태이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도래로 발병 고위험군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결핵균은 높은 감염력으로 악명 높다. 활동성 결핵 환자 1명이 증상 발생 후 진단 전까지 200여 명 이상을 접촉하는데 이 중 30~50%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모두 결핵 환자가 되지는 않는다. 결핵균 감염 후 신체 면역력·저항력이 약해지면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해 발병한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약 90%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나머지 약 10% 중 절반 정도는 1~2년 내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상 지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등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은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확률이 약 20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주상 교수는 "한 명의 결핵 환자가 10명을 접촉하면 3명 정도가 잠복결핵 상태가 된다"며 "잠복결핵 상태에서는 1000명 당 0.5명이 2년 내 활동성 결핵 환자가 되지만, 나이가 많거나 특정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핵 의심시에는 결핵 환자와의 접촉 유무를 확인하고 흉부 X선 검사를 한다. 결핵 의심 소견이 보이면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인지 확인하기 위해 결핵균 가래 검사를 진행한다. 결핵균 가래 검사는 현미경으로 보는 도말검사법, 균을 키워 확인하는 배양검사법, 결핵균 유전자를 확인하는 결핵균 PCR 검사법 3가지를 모두 시행한다.

결핵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다제내성결핵은 치료 기간만 2년 가까이 필요하다.

김주상 교수는 "결핵의 약물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제를 규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복용하는 것이다"며 "결핵 치료제를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결핵균이 약에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결핵으로 악화돼 치료 성공률이 50~60%로 떨어지고 사망 위험 역시 높아진다"고 했다. 특히 "결핵은 어떤 경우에도 빠른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핵 예방을 위해서는 결핵예방백신(BCG)을 접종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BCG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BCG를 접종받으면 결핵 발병률이 약 5분1로 줄어든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핵은 공기 매개 감염 질환인 만큼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진단 전까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 결핵균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마스크는 KF80 이상의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보건용 마스크 정도로도 공기 중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