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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길어지는 의료대란 ‘불똥’…고꾸라진 제약·의료기기 매출

[의료대란] 길어지는 의료대란 ‘불똥’…고꾸라진 제약·의료기기 매출

기사승인 2024. 04. 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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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 인근 약국 매출 감소세
"진료 줄여 운영 시간 축소 검토"
환자 줄면서 치료제 남용도 감소
신약 개발 임상시험도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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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대교수들은 주 52시간으로, 개원의들은 주 40시간으로 진료시간을 단축을 선언한 지 이틀째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이 운영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약국에 들어가니 약사 A씨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평소 같으면 처방전을 들고 손님들이 붐벼야 하는 시간이지만 이날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약사 A씨는 현재의 의정갈등 사태를 약국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병원에서 보통 외래(원내)하고 원외 처방 건수가 대략 하루 2만건 나왔는데, 지금은 1만4000~1만5000건으로 줄었다"며 "약국에서 처리하는 처방전도 하루 700건에서 지금은 300~500건 정도로 줄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200건까지 줄어들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곳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전공의 이후로 처방전이 평균 20% 줄었고, 30% 넘게 감소한 적도 있다"며 "의료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약국 내 근무인원도 줄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까지 안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대란의 여파가 병원 주변 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병원에 치료제를 납품하고, 처방전을 통해 약을 판매하는 약국·제약사·의료기기업체등이 동반 부진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여의도의 C약국 역시 운영시간 축소를 고민하고 있었다. C약국의 약사는 상가 2층과 3층의 개원의들에게 의존하고 있어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었다. C약국의 약사는 "같은 층에 있는 병원이 진료를 축소한다면 약국도 운영 시간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어떤 개원의가 언제 어떻게 진료를 축소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약국과 소통하면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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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대교수들은 주 52시간으로, 개원의들은 주 40시간으로 진료시간을 단축을 선언한 지 이틀째인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약국에서 한 시민이 처방전을 받고 나오고 있다. /박주연 기자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도 2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D제약회사 관계자는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 보급해야 하는 약품 등이 있는데, 매달 30억~40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는 상태"라며 "연봉 협상도 상반기인데, 하반기로 미뤄져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E제약사 관계자도 "신약 설명회 등을 열지 못하면서 영업 활동을 사실상 거의 못하고 있다"며 "입원 환자가 30% 줄면서 수액이나 항생제 등 매출도 그만큼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의료기기 업체 F사 관계자는 "치료 재료 등은 먼저 납품을 진행한 뒤 사용량에 따라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로 공급이 진행된다"며 "이번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 되면 직원들 월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의대 교수들이 진료 축소를 선언하면 신약 연구개발 임상시험에도 타격이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 임상시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업이 신약을 연구할 때 보통 전문의들과 공동연구로 진행하는데 지금은 대학병원이 연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각종 과제에 대한 시한을 맞추지 못해 연구 단계에서 차질이 생기는 것 같다"며 "임상 데이터가 나와야 신약 신청을 하는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그게 늦어져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만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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