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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방상팬 돌리고·다축형 나무 키우고’ 올해 ‘금(金) 값’ 사과 대란 막기 분주

[르포]‘방상팬 돌리고·다축형 나무 키우고’ 올해 ‘금(金) 값’ 사과 대란 막기 분주

기사승인 2024. 04. 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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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스마트 과수원' 우수 농가 방문
재해 예방시설로 피해 줄이고 재배형식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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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충남 예산군 과수거점 산지유통센터(APC)에서 선별작업 중인 사과. /공동취재단
작황 부진에 따른 과일 고물가 현상으로 '금(金)사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생산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을 통해 재해 예방시설 보급 확충과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조성 등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일 오전 방문한 충남 예산군 소재 사과 농가 '상호농원'은 방상팬을 이용해 냉해 피해를 예방한 스마트 과수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덧신을 신고 농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방상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방상팬은 냉해·저온·늦서리 피해 대비를 위한 시설로 일정 기온 이하로 떨어지면 선풍기처럼 팬이 작동해 냉기를 분산하고 서리를 날린다.

박철신 상호농원 대표는 2014년 냉해로 작황 피해를 입자 이듬해 방상팬 8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방상팬 설치 이후 냉해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며 "기온이 3℃ 이하로 떨어지면 낮이든 밤이든 자동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농가에 설치된 방상팬은 자유무역협정(FTA) 기금 사업 중 하나인 '과수고품질시설 현대화 사업' 일환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보조금 절반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보조금 덕에 비용적 어려움이 덜했다"며 "방상팬을 작동시키는 전기도 농업용 전기로 분류돼 운영에 큰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주변에 방상팬을 설치하고자 하는 농가가 많지만 비용 탓에 망설이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상팬 설치비용은 1㏊당 2000만 원 수준이다. 따뜻한 바람이 함께 나오는 열풍팬은 2500만 원이다. 자부담으로 설치할 경우 농가 부담이 큰 편이다.

농식품부에 의하면 현재 방상팬 설치 농가는 전체 재배면적의 1.1% 수준이다. 이는 예산군으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예산군 농정유통과 관계자에 따르면 군 내 1236개 농가 중 1.6%에 해당하는 20여곳만 방상팬을 설치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방상팬 설치를 지원하는 FTA 기금 사업은 농기계 지원사업, 품종갱신 등 항목과 예산이 함께 잡혀 있다"며 "대부분의 농가에서 고목 갱신 위주로 신청 수요가 많아 방상팬까지 지원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냉해로 인한 작황 부진을 막기 위해 재해 예방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대로 확충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냉해를 입게 되면 이듬해에도 꽃눈이 열리지 않아 피해가 계속된다"며 "국비사업으로 방상팬 설치비를 보조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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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나무 폭을 좁게 만든 평면형 수형으로 사과를 재배 중인 충남 예산군 소재 '내포농원'에서 작업자가 가지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군 내에는 미래형 재배기술로 꼽히는 다축형 농가도 있다. 같은 날 찾은 '내포농원'은 다축묘 재배를 통해 생산효율을 높인 스마트 과수원이다. 다축형은 국내 대다수 농가에서 사용하는 3차원 세장방추형과는 달리 나무줄기를 2개 이상 나눠 평면 재배한다.

이 방식은 나무 간 간격을 좁힌 밀식재배로 작업 효율을 높이고 농약 사용을 줄인다. 사과가 복수의 줄기에서 열리기 때문에 착과량이 높고 수확 작업을 기계화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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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근 내포농원 대표는 "다축형의 경우 착과량이 3배 정도 늘어나고 나무 키를 제어할 수 있어 수확 시 사다리를 안 써도 된다"며 "30~40㎝ 폭으로 밀식재배하기 때문에 인건비나 농약비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를 평면으로 키우기 때문에 햇빛을 고르게 받을 수 있어 착색에 유리하다"며 "현재 농가에서 6축묘까지 기르고 있고 8축묘는 식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날 농가에는 미세살수장치도 작동 중이었다. 공기 중에 뿌려진 물로 농가는 안개가 낀 듯 뿌연 모습이었다.

해당 장치는 나무 윗부분에 설치된 노즐에서 미세하게 물이 나와 나무 온도를 낮춘다. 이 물은 냉해를 예방하고 식물이 햇빛에 데이는 일소 피해도 막아준다.

임 대표는 다축형 재배가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무줄기를 나누고 수세를 잘 컨트롤해서 꽃눈을 만들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며 "나무를 고정하고 일소 피해를 막는 등의 기반시설이 필요해 초기 투자비용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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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충남 예산군 과수거점 산지유통센터(APC)에서 작업자들이 선별된 사과를 포장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다축형 농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군 과수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는 사과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해당 APC는 1만5599㎡ 규모로 2008년 11월 준공됐다. 내부에는 집하선별장, 세척·가공 등 처리장, 저온저장고 등 시설이 마련돼 있다.

사과는 색, 중량, 결점여부 등에 따라 분류된다. 성기호 예산농산물유통센터장은 "평년기준 하루 유통량은 10톤 수준이지만 현재는 8톤 정도"라며 "다만 정부 할인지원 등으로 최근 발주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APC 내 저온냉장고는 온도가 0~1℃로 유지된다. 성 센터장은 "사과 저장 시 습도도 중요한데 저장고 내부 습도는 90%로 유지 중"이라며 "현재 APC 내에 있는 사과는 올해 7월까지 나갈 물량"이라고 했다.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평년 대비 30% 감소하면서 APC 매입량도 줄어든 상태다. 성 센터장에 따르면 지난해 2022년산 매입량은 5536톤이었던 반면 올해 2023년산 매입은 4800톤으로 13% 감소했다. 매출량은 4006톤에서 3450톤으로 14% 떨어졌고, 재고량은 1530톤에서 1350톤으로 12% 줄었다.

권오영 예산능금농협 조합장은 "현재 사과가 비싼 이유는 흉년이 든 탓"이라며 "지난해 강수량이 1600mm가 넘었고 일조량도 적고 고온다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 차원에서 농수산대학교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과수 산업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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