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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로 회사車 운전하다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해당”

무면허로 회사車 운전하다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해당”

기사승인 2024. 04. 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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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운전하다 핸들 꺾지 못해 사고
공단 "무면허 운전…업무상 재해 불인정"
法 "면허 여부, 사고 '직접 원인' 아냐"
변경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입간판<YONHAP NO-4055>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면허 없이 회사 차를 몰다 사망한 사고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달 7일 고인 A씨의 자녀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모 공사현장에서 사토(버리는 흙) 처리 운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A씨는 2021년 어느 날 새벽 자택에서 사토 하차지를 점검하러 가기 위해 회사 소유 차량을 운전하던 중, 커브길 쪽에서 핸들을 꺾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해 난간에 부딪혔다. 이후 인근 배수지로 추락한 A씨는 발견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A씨의 자녀들은 해당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사건 당시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했다"며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호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호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 사고의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자녀들은 "A씨가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한 것은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자녀들의 손을 들어줬다. 무면허 운전 행위가 사고 발생에 일부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는 1991년 처음 면허를 취득한 이후,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상당 기간 운전을 해왔다"며 "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A씨는 해당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무면허 운전 행위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사고는 A씨의 본래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했고, 회사 차량을 운전해 하차지로 이동하는 것도 통상의 업무수행 방법이었다"며 "사고 발생 과정에 다른 업무 외적인 동기나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고 수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A씨의 전방주시의무 태만으로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현장은 미개통된 도로로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노면이 젖어있어 매우 미끄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시간대와 장소의 특성을 보면, 안전 주의의무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할 경우 도로 여건이나 교통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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