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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15년 전 성범죄 자백한 유서…대법 “증거능력 인정 안돼”

[오늘, 이 재판!] 15년 전 성범죄 자백한 유서…대법 “증거능력 인정 안돼”

기사승인 2024. 05. 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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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유서 계기 수사…특수준강간 혐의 재판행
유서 증거능력 여부 쟁점…1·2심 판단 엇갈려
대법 "참회 아닌 형사처벌 목적 작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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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자백한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그 내용이 구체적인지와 내용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3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21년 3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2006년 중학교 시절 친구인 피고인들과 같은 반 여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유사성행위를 하고 순차적으로 간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유서 내용을 계기로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진술을 더해 특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는 A씨가 남긴 유서를 '특신상태(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로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는 특신상태에서 유서가 작성됐다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유서 내용은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지가 거의 없을 만큼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 재판부는 특신상태가 인정된다고 보고 피고인들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죽음을 앞둔 시점에 자신을 잘못을 참회하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유서 작성 과정에 제3자의 강요나 회유 등이 개입됐다고 볼 정황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당시 중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산부인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고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은 것도 유서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약 14년 이상 경과하기까지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 사건을 언급하거나 죄책감 등을 호소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과 참회보다는 피고인들에게 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유서에는 단순히 '유사성행위', '성관계'라고 추상적으로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 정황 등에 관한 상세한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다"라며 "피해자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는 것은 성적 행위를 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피고인들의 범행 행위가 존재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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