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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10년 지기에 은신처 부탁한 마약사범…“범인도피교사 아냐”

[오늘, 이 재판!] 10년 지기에 은신처 부탁한 마약사범…“범인도피교사 아냐”

기사승인 2024. 05. 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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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檢 압색 나오자 친구에 은신처·휴대전화 요구
1·2심 '범인도피교사' 유죄…대법 "방어권 남용 아냐"
오늘이재판
10년 이상 알고 지낸 지인에게 차명 휴대전화와 은신처를 부탁한 마약사범을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 498.15g을 태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는 2021년 10월 검찰 수사관들이 이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자 지인 B씨에게 "법적으로 어지러운 일이 생겼다. 어디 머물 곳이 있느냐.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1대만 마련해 달라"며 은신처와 차명 휴대폰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상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스스로 죄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기부죄의 원칙에 따라 거짓말을 하거나 도망가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타인을 동원해 스스로 도피하는 수준을 넘어 방어권을 남용하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받는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를 범인도피교사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B씨는 10년 이상의 친분 때문에 A씨 부탁에 응해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하거나 조직적인 범죄단체 등을 구성해 역할을 분담한 것은 아니다"라며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B씨는 A씨를 숨겨주고 검찰 수사관들에게 '나는 번호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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