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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를 배신했다”...쌍용차 노-노갈등의 현장

“그들이 우리를 배신했다”...쌍용차 노-노갈등의 현장

기사승인 2009. 08. 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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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쌍용차 노조 진압작전이 소강상태인 6일 오전 6시, 쌍용차 진입도로에서 노숙한 사측 직원들은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전날 이 시각까지만 해도 이곳은 야당과 시민단체, 농성중인 노조원 가족들의 차지였다.

하루 전인 5일 오전, 쌍용차 직원들은 민중가요를 부르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던 시민단체 회원들 사이로 삼삼오오 무리지어 출근했다. 전 직원 출근 이틀째였다.

“두고 보자. 너희들 모두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한 사측직원은 출근길에 집회를 벌이고 있던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에게 이 같이 ‘경고’하며 회사로 사라졌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직원들을 도로 좌측 주차장으로 우회해 출근토록 했다.

그로부터 2시간여가 지난 오전 9시30분 경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손에 든 사측직원 400여명이 공장 안에서 몰려나와 민주노총과 농성노조원 가족, 시민단체 등이 진입도로 인도에 쳐 놓은 천막을 철거하고 이들을 공장 건너편으로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투석전과 몽둥이질 등 양측의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흥분을 채 삭히지 못한 사측직원들은 도로 한쪽에 노성중인 노조원 가족모임 차량과 금속노조 비정규직분회 방송차량이 주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파손시켰다.

사측직원들은 이후 공장 앞 곳곳에 무리 져 직원아 아닌 모든 이들의 출입을 일일이 통제했다. 신분 확인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통행조차도 막아섰다.

오후에는 현장을 찾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쌍용차 직원들에 둘러싸이는 일이 발생했다.

한 사측 직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 같이 죽자는 농성은 옳지 못하다. 우리가 농성중인 노조원들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저들이 우리를 배신한 것이다”고 고함쳤다.

또 다른 직원은 “농성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차량에 불을 지르고 있다. 어떻게 자신의 손으로 만든 차를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면서 “500명 살리자고 20만명이 죽어서야 되겠느냐”고 격분해 말했다.

공장 안에서도 경찰과 진압작전에 합류한 용역직원들이나 사측 직원들과 노조원들의 충돌이 이어졌다. 서로에게 새총을 겨누는 것은 물론 쇠파이프와 각목을 마구 휘둘렀다.

10년이상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이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4일에는 집회를 벌이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민중가요를 부르자 사측 직원들은 컨테이너로 막아 놓은 정문안에서 방송차량을 통해 록밴드가 부른 애국가를 최대한 크게 틀어놓았다. ‘듣기 싫다’는 표시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출근중인 직원들을 향해 “일하니까 좋으냐”고 비꼬았고, 직원들 역시 공장 안에서 방송차량을 통해 “이번 점거 파업을 조정한 세력은 찌질이들”이라는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6일까지 농성을 풀고 나오면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경찰이 밝혔고 노사간 최후협상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노-노간 갈등은 극에 달하며 이미 서로 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노조측은 5일 현재 도장공장 안 부상자만 150명에 달한다고 전했으며, 사측은 어제 양측의 충돌로 부상한 12명을 포함해 회사건물에 진입한 7월 20일 이후 현재까지 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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