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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FA, ‘황금 10년의 시작’...주변국 격랑 예고

ECFA, ‘황금 10년의 시작’...주변국 격랑 예고

기사승인 2010. 07. 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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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이완 시대, 떠오른 '메가 마켓’
추정남 기자] 중국과 대만이 지난달 29일 자유무역협정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전격 체결하면서 중국과 홍콩, 대만을 잇는 인구 14억명, 시장규모 5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3위의 ‘메가 마켓’이 탄생했다.

ECFA체결 직후 연합보(聯合報)등 대만 언론은 중국시장에서 한국과의 ‘전면 경쟁’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올렸으며, 경제 건설위원회 후중잉(胡仲英)주임은 ‘ECFA체결로 대만의 국민소득이 한국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겐 ‘약’보다 ‘독’으로 다가오는 ‘양안의 경제 통합(M&A)’이 앞으로 어떤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인가? 그들의 관계변화와 향후 한국에 미칠 영향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세계의 눈길이 대만으로, ‘중국으로 통하는 최대 면세지역’

올 1월 대만 경제는 중국과 아세안의 자유무역협정(FTA)발효를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세안 국가들이 90%가 넘는 상품을 중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대만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고 한-중 FTA까지 논의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대만의 고립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찬성하는 대만 국민들은 ECFA를 ‘대만 경제 회생의 열쇠’라고 보고 이 협정의 체결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대만 최대 시사잡지 웬찌엔(遠見)은 최근 특집호에서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후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북미시장으로 진출하려던 많은 기업들이 멕시코에 대거 투자하면서 멕시코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며 “ECFA가 체결되면 대만도 멕시코처럼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멕시코에 대한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규모는 1993년 44억 달러에서 1994년 11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으며 2001년엔 다시 277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웬찌엔은  “대만과 멕시코의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거대 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면세지역이라는 점에서는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무역 전문가들도 “ ‘중국과 동일한 언어권’ ‘중국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국가’라는 메리트에다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대만 기업인들의 마인드까지 더해질 경우 대만은 세계의 투자자들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중국내 한국 점유율 지킬것인가

지난해 말 대만정부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대만 경제부의 한 관리는 본 기자에게 “우리가 ECFA를 체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석유화학산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간 석유화학원료 거래시 현재 6.17%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ECFA 체결로 무관세가 되면 일본과 한국이 중국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38%의 시장 점유율을 대만이 상당부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중국 석유화학 시장은 자급률 상승으로 수입이 둔화된데다 아세안 제품이 ‘무관세’ 카드를 통해 밀려들어오고 있어 대만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설이 돌고 있으며 하루빨리 ECFA를 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벼랑끝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화학(臺化公司/ 포모사그룹 계열사) 홍푸웬(洪福源)사장도 지난해 자국 언론을 통해 “대만 석유화학 산업은 매년 4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1조원의 매출만 감소해도 많은 관련회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며 그 영향은 대만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대만은 조기수확프로그램(EHP)에 화공분야를 넣었고 한국은 대만이 중국에 수출하는 화공제품의 관세인하 폭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로 얽힌 LCD협력, 한국은 어쩌나?

올 초 세계 전자 업계의 핫 이슈는 중국내의 LCD패널 공장 허가가 어느 나라에 어느 정도 배분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 4월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발표시기가 계속 늦춰지는 가운데 ECFA가 체결되면서 발표결과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가전하향(家電下鄕)으로 시작된 ‘바이차이나(BUY CHINA)’ 열풍은 ‘대만 동포 물건사주기’라는 명목으로 대만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굳어지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TV제조업체들이 이른바 ‘가전하향열풍’으로 수요가 늘어난 내수 시장에 대만의 대표적 LCD회사인 AU옵트로닉스 (AUO)와 치메이(Chi Mei Optoelectronics CMO) 등을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런 우려가 이미 조금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LCD설비가 아직 5세대에 머물고 있으며 대만은 이를 사용할 대형 TV업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협력은 서로의 필요관계가 명확하게 짜여진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 여기에는 사업협의 때 의사 소통이 자유롭고 이왕이면 같은 민족끼리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지난해 하이신 (Hisense) 과 하이얼 (Haier), TCL 등 중국의 9개 LCD TV업체가 대만을 방문해 22억 달러어치의 LCD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은 바이차이나(BUY CHINA)’라는 캠페인 성격이 짙었었는데도 ‘차이완’이라는 새로운 ‘메가마켓’의 부상으로 인식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향후 ECFA 기초 위에 이러한 거래가 늘어나고 중국의 LCD공장허가에서도 대만에 특혜가 주어진다면 한국은 이들이 잡은 손을 풀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국 내 중국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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