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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들, 차례상은 커녕 당장 먹을 음식도 없어

이재민들, 차례상은 커녕 당장 먹을 음식도 없어

기사승인 2010. 09. 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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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율 기자]"차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추석 연휴 첫날 기습적인 집중호우에 상당수 가구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본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등 수해 지역에서는 추석인 22일 오후에도 망연자실한 표정의 주민들이 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저지대 주택 등 침수 가구 대부분은 배수 작업을 마쳐 집안에 들이친 물은 퍼냈지만, 못 쓰게 됐거나 물에 젖어 말려야 하는 가재도구와 옷가지 등을 거리에 내놓는 바람에 주택가 골목 곳곳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수해에 주민들은 추석날 차례 지내기는 고사하고 끼니 때우기가 급할 지경이다. 겨우 한나절 쏟아부은 비였지만 워낙 기습적으로 당한 상황이라 밤샘 복구작업에도 좀처럼 나아지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거리 곳곳에서 군인, 경찰관, 시·구청 공무원 등 지원하러 나온 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피해 지역이 넓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았고 정작 필요한 일은 도와주지 못한다는 주민들의 불평이 많았다.

이날 오후 신월1동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만난 이해인(63.여)씨는 "오늘 당장 잘 곳이 없어 다섯 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친척집에서 자기로 했다. 차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김치냉장고, 장롱 등 가전제품과 가구가 물에 둥둥 떠다녔는데 다 망가져서 쓸만한 게 없다"고 한숨지었다.

신월1동 주택 반지하 방에 사는 유영선(52)씨도 식탁과 의자 몇 개, 책상 하나만 남은 집 안에서 장판을 걷어내 잿빛 시멘트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밤새 거의 눈도 붙이지 못한 유씨는 이웃 주민에게 빌린 양수기로 몇 시간째 혼자서 물을 퍼냈고 젖은 가재도구를 집 밖으로 다 꺼내뒀다.

유씨는 "물이 차서 곧바로 동사무소에 연락하고 119에 신고했는데 양수기를 지원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월1동에서 100여 규모의 가방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이모(55)씨 공장 내부에는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뒀는데도 물이 흥건했고 한쪽에 쌓아놓은 가방이 물에 다 젖어 있었다.

이씨는 "쓰레기가 많이 나왔는데 수거함을 치워주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가 떠내려갈 지경이었다. 요청하는 일을 빨리 도와주면 좋은데 몇 명씩 왔다갔다 하기만 하지 실제로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 오전부터 침수 피해를 본 가구에 현장 조사를 거쳐 최고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즉시 지급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돈을 지급받은 가구는 거의 없었고 아예 소식을 듣지 못한 주민들도 있었다.

신월동 반지하 방에서 만난 이씨는 "정부에서 피해 조사를 거쳐 현금을 즉시 지급한다는 소식은 듣지도 못했다"라고 했다.

근처에 사는 유씨는 "TV, 냉장고 등 몇 시간째 물에 떠 있어 못 쓰게 된 가구와 집기를 버리고 남은 게 하나도 없는데 구청 직원이 둘러보더니 복구 자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계좌번호를 적어 갔다. 돈이 나와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화곡1동 빌라 반지하 방에 사는 양창환(26)씨도 "현금도 다 쓸려가고 음식도 남은 게 없어 당장 오늘내일 뭘 먹을지 걱정"이라며 "어깨 넘어까지 집에 물이 차 가전제품, 옷가지를 다 내다버려서 보상해 주는 게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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