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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건물주 싸움에…거리에 내몰린 세입자들

토지주·건물주 싸움에…거리에 내몰린 세입자들

기사승인 2012. 11. 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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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살난 구로구 S오피스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오피스텔 철거. /사진=정필재 기자

아시아투데이 정필재 기자 = 멀쩡한 건물이 박살났다. 사람이 살던 곳이지만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현관문은 뜯기고 벽지는 찢겼다.

아침에 멀쩡하던 집이 퇴근하고 나니 철거되는 황당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졌다. 

사건 현장은 서울 구로구 구로2동 S오피스텔. 이곳은 건물의 소유주와 땅 주인이 다르다. 

5일 거주자들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을 짓던 S건설이 부도가 나 건물과 토지가 경매에 붙여졌고 건물과 건물이 지어진 땅은 각각 다른 주인에게 낙찰됐다.

건물주와 토지주는 서로의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 법정다툼까지 벌였고 2006년 10월 대법원은 땅 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토지주는 건물의 철거를 요구했고 건물주는 버티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토지주는 지난 6월 입주자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고 철거를 예고했고 건물주는 이같은 요청을 무시한 채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 책임지겠다’며 불과 하루 전까지 입주민을 받아왔다.

결국 2일 집행관들에 의해 건물철거 명도집행 일부가 진행됐다. 지상 1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건물의 1층부터 3층까는 초토화됐다.

최 모씨(25·여·직장인)는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돌아오니 현관이 뜯겨 있었고 집안의 모든 물건이 사라졌다”며 “당장 잠을 잘 곳도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씨가 사용하던 화장실.

송 모씨(25·여·학생)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 거주지를 옮겼는데 이사 7일째 되는 날 일이 터져 답답한 심정”이라며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유리 깨지는 소리와 여기저기서 들리는 고성에 공포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아이를 갓 낳은 신혼부부, 만삭의 산모,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직장인, 독거노인과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나 모씨(30)는 “건물주와 토지주의 다툼에 아무 죄 없는 우리가 길거리로 내몰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가라면 나가겠지만 어렵게 모은 보증금은 돌려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입주자는 “지난 2009년부터 계약이 끝나 방을 빼겠다고 했지만 3년째 보증금이 없으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나가지도 못하고 불안과 공포감에 휩쌓인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구로구 S 오피스텔 철거.
입주자들은 길바닥에 버려졌는데 건물주와 토지주는 여전히 으르렁대고 있다.

토지주 법정 대리인은 “철거를 공표했는데도 건물주는 이를 가로 막고 무자비하게 세입자를 받은 것으로 이는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시간을 끌수록 건물주는 관리비를 받아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속셈”라고 주장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김 모씨는 “350억원의 가치를 가진 건물을 토지주가 15억원에 갖기 위해 저런 짓을 벌이고 있다”며 “가치의 30%만 인정해 넘기라고 해도 깨끗하게 건물을 넘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거주자들은 이날 ‘입주민생존보호회’ 출범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으며 향후 불법 철거에 맞서 법적 대응 등을 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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