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100세시대]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에 소극적인 이유 따로 있네

[100세시대]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에 소극적인 이유 따로 있네

기사승인 2013. 04. 09. 00: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임금피크제 도입한 순간 조직 장악력은 끝'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순간 조직에서는 바로 퇴물 취급을 받는다. 젊은 인재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조직 장악력마저 떨어져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국내 100대기업에 다니는 한 임원의 말이다. 임금피크제가 조직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부담이라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고령자(55~64세)에 대한 고용안정화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과 맞물려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임금피크제를 적용해야 할 기업들에서는 현실상의 문제들로 제도 도입 자체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등 정부정책과 기업간의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10대 그룹 중 6곳이 임금피크제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임금피크제에 적극적인 정부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 3585만명 중 고령 생산가능 인구비중은 16%에 달한다. 2008년 11.6%였던 것을 고려하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은 61.4%로 지난해 12월 63.2%보다 하락했고, 고령자 고용률은 같은기간 61.9%에서 59.9%로 떨어졌다. 

고령 생산가능인구비중은 상승하는 반면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최근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정년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고 대기업 등은 노사간 협의를 통해 임금·승급·승진·직제 체계 개편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근로시간단축형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받으려면 근로시간을 50% 이상 단축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 15~3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되고, 임금 감액률도 50%에서 30%로 완화했다. 또 고령자고용연장 지원금을 지원할 때 연령 기준도 기존 56세(정년연장시)나 57세(정년퇴직자 재고용시)에서 58세로 높였다.

이런 노력은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접근법 중 하나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는 기업으로선 큰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년연장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임금보존이라는 이슈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조직효율성 저하, 노사관계도 복병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비용부담과 함께 조직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직원 간의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의 특성상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조직의 업무처리 능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시 고령노동자의 업무능력 저하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년시기가 늦춰지고 연봉이 감소하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부 조사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제도 도입을 꺼리는 이유로 조사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로 고령노동자들의 자리보존 이미지가 강해져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대기업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고령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좋지 않은 시선도 문제다. 전문기술직이 아닌 일반 사무직의 경우 나이가 들어 퇴직하지 않고 있는 고령자들은 기업 입장에서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00만원 받던 연봉 근로자를 임금피크제로 모두 데리고 있는 것보다 직무능력이 좋은 고령자만을 골라 연봉을 낮추고 고문과 같은 자문역을 주는 경우가 기업에게는 '남는 장사'라는 점이다.

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필요한 사람만 저임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입장에서는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있어 다른 걸림돌은 노사간 합의 문제다. 현대차의 경우 노사간 정년연장 관련 협상을 벌이면서 사측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노조측은 현재 보장되고 있는 만 60세 정년과 높은 임금 수준, 두 가지 모두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구해 결국 제도 도입이 무산되기도 했다.

한화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그 주된 이유는 노사간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노사간의 임금피크제 관련 분위기가 아직 성숙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없는 삼성의 경우도 제도도입에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노조가 없는 기업이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아래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과반수가 ‘취업규칙’ 변경에 찬성해야 한다. 

이렇듯 임금피크제가 대기업에서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때문이다. 연령·경력·근속 등으로 결정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는 나이와 경력이 있음에도 연봉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어 내고 결국 노조의 반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과위주의 연봉제 도입으로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지만 조직내에서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나타날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이라는 이슈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뿐 아니라 조직내 근로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무한 경쟁을 통해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은 공감하지만 고령노동자에 대해 배려하고 노사가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