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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완전한 비핵화 아닌 핵 군축” 우려한 태영호 공사

[사설] “완전한 비핵화 아닌 핵 군축” 우려한 태영호 공사

기사승인 2018. 05. 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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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정상회담이 4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발언과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정상회담 전망이 아주 밝아지면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미·북 회담이 CVID(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발언을 했다. 한·미 당국은 이런 우려도 있다는 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서 “양국 정상은 CVID가 아닌 SVID(충분한 비핵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VID는 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핵 군축”을 의미한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진정한 핵 폐기”에 기초한 합의가 나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며 “결국 ‘비핵국가’라는 종이로 핵보유국인 북한을 포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김일성 가문의 세습통치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핵 폐기가 절대권력 구조를 허문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완전 폐기는 군사 옵션이나 경제 제재를 밀어붙이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현실적으로 모두 어려워 핵 있는 북한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 있는 평화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 내에서 저절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도 비핵화를 향한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 대북투자를 약속했고,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으로 옮기는 얘기까지 나왔다. 2020년까지 수교한다는 그림도 그린 상태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고 남과 북은 16일 고위급 회담을 열고 판문점 선언 이행로드맵을 짠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비핵화에 충분히 기대를 걸어도 될 것이다.

다만 태 전 공사의 주장은 진행 중인 비핵화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비핵화를 바라는 정부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돌출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미·북 회담의 판을 깨는 게 아니냐는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남북회담이 성공한데 이어 미·북 회담도 성공해 비핵화가 완벽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너무 장밋빛 향기에 취하지 말라는 충고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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