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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대의 거울 : 광화문 광장

[칼럼] 시대의 거울 : 광화문 광장

기사승인 2017. 04.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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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2000년 새 세기를 맞이한 이후 서울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들이 많지만, 도시계획을 하는 나에게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공공공간의 새로운 발견’이다. 광장이나 길로 대표되는 공공공간은 전에는 당연히 차량이 주인공이고 사람은 광장이나 길의 중심이 아니라 그 변두리를 겨우 이용하는 조연이었다. 또한 공공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이용보다는 행정의 편의에 따라 그 이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공공공간에서 시민들의 공적 생활은 제대로 틀을 잡고 착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서울 도심 공공공간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위를 바꾸어 놓고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차도 주변에 겨우 마련된 비인도적인 인도에서 벗어나 광장과 가로공간의 중심에 서게 되며 도시공간과 나아가 도시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2002년 서울 시청 앞 광장의 월드컵 응원이다. 물론 이전에도 시위 등을 통해 도시의 도로 등 공공공간이 일부 사람들의 활동으로 채워진 적이 있다.

월드컵 응원은 잠시이기는 하나 합법적으로 교통광장과 도로 전체에서 시민이 주인이 돼 질서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공간이용체험을 하며 이전과는 다른 공공공간 학습을 하게 했다. 그 후 2003년 서울광장, 2005년 청계광장과 청계천, 그리고 2009년 광화문광장이 사람을 위한 보행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우리는 일시에 서울 도심에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잘 조성된 공공공간을 여러 개 가지게 됐다. 그 후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 주어진 공공공간의 이용에 대한 학습과 실험이 진행돼 왔다. 그 학습과정의 정점을 이룬 것은 바로 촛불문화제로 대표되며 지난겨울을 뜨겁게 달군 광화문광장에서의 다양한 행위다.

이제 광장은 단순히 차량에 부대끼지 않고 도시 속에서 편안하게 지나가거나 머물 수 있는 질 높은 물리적 환경 이상의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광장과 길은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 의미를 담고 추구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의 중앙에 서 본 사람은 생각하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아가 미디어의 발달로 직접 가서 서 보지 않은 사람도 이제는 이런 느낌과 정서를 알게 됐다. 사실 광장이란 바로 그런 곳이다. 혼자 앉아 개인의 생각에 골똘히 빠져 있기도 하지만, 지나가는 다른 사람을 보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며,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기도 하며, 혼자 있어도 어떤 공동체의 한 구성원인 것을 느끼며, 내 개인 일을 넘어 공동체, 나아가 나라의 일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는 곳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종교시설 내부에 들어갔을 때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와 상관없이 성스러움을 느끼고 겸손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공간과 장소가 가지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과 국민의 도시공간에 대한 학습의 내재화 및 인식의 변화와 함께 우리는 광화문광장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가꿔 가야하는가 하는 새로운 과제를 가지게 됐다. 그동안 전문가나 언론 등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역사성의 보존과 최근의 촛불집회 등을 포함한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는 장소의미 구현, 남북 중심축의 경관보호와 광장과 주변건물 사이의 긴밀한 관계형성, 보행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을 위한 환경조성 등이 그것이다. 나는 이에 더해 일상성과 개방성을 추가하고 싶다.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광장이라도 일상적이고 소소한 행위를 포용할 수 있어야 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광장의 생명은 다양한 행위에 대해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는 참여의 장소가 돼야 할 것이다. 도시 공공공간의 특성은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보고 또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곳이다. 즉, 사람들이 소통하는 곳이다. 미래엔 더 많은 광장으로 더 많은 참여와 소통을 통해 더 살만한 도시와 나라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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