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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개혁과제

[칼럼]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개혁과제

기사승인 2018. 07. 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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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전 산업통산자원부 2차관
지난주 돈키호테와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을 다녀왔다. 스페인은 프랑스 다음으로 유럽인이 가장 많이 찾는 2대 관광 대국이다. 관광과 함께 스페인의 자랑거리는 재생에너지이다. 강한 바람과 뜨거운 태양은 스페인이 보유한 최고의 천연자원이다. 북부 피레네 산맥과 비스케이만은 최상의 풍력 조건을 제공하고 있고, 남부 안달루시아는 1년에 350일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를 보인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2대 육상풍력 강국이자, 독일과 이탈리아 다음으로 3대 태양광 공급 국가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스페인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이르고 있다.

스페인이 재생에너지 강국이 된 비결은 튼튼한 기업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풍력운영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 세계 1위 풍력개발회사 악시오나(Acciona), 세계 2위 풍력터빈 제조업체 가메사(Gamesa), 그리고 최근 날개 없는 신개념의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보어텍스(Vortex) 등이 그 주인공이다. 또한 태양광 분야에서도 이소포톤(Isofoton), 아테르사(Atersa), 그루포티솔라르(Grupo T-solar) 등 세계 최고의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을 많이 키워내 강력한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스페인을 방문해 보니 이들 기업이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풍력과 태양광을 양축으로 재생에너지 왕국을 건설하려던 스페인 신화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부터다. 최근 5년 동안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매출이 30% 이상 줄고 인력은 7만5000명 감축되었다. 과도한 시설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줄자, 2016년 4월 가메사는 독일 지멘스에 합병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8%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유럽연합 목표를 스페인이 달성하려면 앞으로 2년 안에 6400㎿를 더 공급해야 하는데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스페인에서는 처음으로 부정부패 스캔들로 내각이 해산되는 정권교체가 있었다. 보수 성향의 국민당(PP) 내각이 불신임되고, 사회당(PSOE) 정부가 집권했다. 2015년 국민당 정부는 최초로 ‘태양세(Sun Tax)’ 제도를 도입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태양광 자가발전시설과 생산전기에 세금을 매겨 거둬들인 재원으로 비(非) 태양광 에너지시설 유지와 보수 등에 쓰겠다는 발상이다. 그리고 발전차액지원제도(FIT)로 인해 전반적인 재정여건이 악화되자 재작년부터 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을 대폭 축소해 왔다. 새로 집권한 사회당의 산체스(Perlos Sanchez) 총리는 강력한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30%에서 35%로 상향 조정하고, 축소된 각종 재생에너지 보조금 제도를 부활시킬 계획이다. 과거 정부의 적폐인 태양세도 조만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선두주자였던 스페인 재생에너지산업이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일관성 없는 에너지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정치 불안으로 연립정부들이 난립하면서 상충하는 정책을 펼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에너지정책은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11.3%에 이르고, GDP 대비 국가부채가 54.3%나 되는 등 재정여건이 어렵다. 새로 출범한 스페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얼마나 부활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정책 실패 사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에 큰 교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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