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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돼지 예찬

[칼럼]돼지 예찬

기사승인 2018. 12. 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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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장
우리는 왜 돼지꿈을 꾸고 싶어 할까?

영국의 한 회사에서 뇌파를 자극해 꿈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거의 30년간 돼지를 연구하고, 돼지를 주제로 박사학위도 받았으나 돼지꿈을 한 번도 꾸어보지 못한 필자에게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 돼지는 재물과 복의 상징이며, 돼지꿈은 재물운으로 해몽되곤 한다.

돼지꿈을 꾼 후 몰래 복권을 사고, 일주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낸 기억도 꽤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어릴 적 친구들이 ‘돼지코’라고 놀리면, 어머니는 ‘복코’라고 달래곤 하셨다.

돼지는 선행의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 캔자스주의 한 소년이 3달러의 용돈으로 돼지를 사서 키워 모은 돈으로 한센병에 걸린 가난한 이웃을 도왔다. 그 뜻을 기려 돼지 모양의 저금통을 만든 것이 돼지저금통의 유래가 됐다.

또한 돼지는 가장 친근한 동물 중의 하나이다.

‘아기돼지 삼 형제’에서는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대충 집을 지었던 첫째와 둘째가 튼튼하게 집을 지은 셋째네 집으로 도망가 늑대로부터 목숨을 구한다.

근면과 성실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동화이다. 늑대가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은 개, 토끼, 사슴 등 다양한데, 왜 하필 돼지를 주인공으로 썼을까? 당시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필자의 상상력을 보태자면 아마도 돼지가 어린아이들에게 친근하고 또한 의인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동물이어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는 더럽고 우둔한 동물로 여겨지고,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말로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돼지 연구자로서 사실 확인을 해야겠다.

돼지는 공간만 충분하면 잠을 자는 곳과 배변 장소를 구분할 줄 알고,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에 의하면 아이큐가 75∼85 정도로 3∼4세 아동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래도 돼지가 우둔해 보이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돼지고기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1인당 연간 약 50kg 정도의 고기를 먹는데, 그중 절반이 돼지고기다. 양돈산업의 총생산액은 약 7조3000억 원으로, 농업 분야 품목별 생산액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주 한잔과 더불어 서민들의 슬픔을 달래주는 삼겹살의 가치는 숫자로 설명할 수조차 없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며 희망의 돼지꿈을 꾸어보자.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다. 돼지의 해에 아이를 낳으면 재물 복이 넘친다고 하여 출산율이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돼지의 해에 출생아 수가 전년대비 9.9% 증가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인구절벽의 위기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돼지꿈이 아니어도 좋다. 똑같은 돼지꿈을 꾼 세 사람이 서로 다른 꿈 풀이를 들었는데 모두 그대로 되었다고 한다.

이유를 따져 묻자 처음에 돼지가 울면 배가 고픈가 싶어 먹을 것을 주고, 그래도 울면 추운가 싶어 북데기로 덮어주지만, 그러고도 울면 몽둥이로 맞게 된다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란 뜻이다. 내년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다. 설령 나쁜 꿈도 좋은 뜻으로 해몽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긍정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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