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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기록은 과연 사실인가?” 국립현대미술관 ‘불확정성 원리’전

“기억·기록은 과연 사실인가?” 국립현대미술관 ‘불확정성 원리’전

기사승인 2017. 05. 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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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리드 라드, 권하윤 등 급부상하는 현대미술작가 실험적 신작 소개
왈라드 라드의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_마르완 카삽-바시'
레바논 출신 미디어 작가 왈리드 라드의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 마르완 카삽-바시’./제공=국립현대미술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물리학 이론인 ‘불확정성 원리’는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서울관에서 선보이는 ‘불확정성의 원리’전은 개인의 기억이나 공적 기록이 과연 틀림없는 사실인지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덕선 학예연구사는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작가들은 역사적 사실과 자신의 기억,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본질적 의문을 던지고 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가는 과정을 전시에서 보여준다”며 “따라서 이번 전시작들은 현재진행형이며 작품 완료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왈리드 라드, 권하윤, 재커리 폼왈트, 호 추 니엔 등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들이 참여했다.

레바논 출신의 미디어 작가 왈리드 라드는 레바논 내전의 복잡하고 불확실한 역사적 실상을 허구적 서사와 아카이브로 담아내는 진행형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수장고에 남겨졌을 법한 액자 뒷면을 전시장 벽면에 걸어놓아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29개의 액자 뒷면에 그려놓은 것은 시리아의 화가 마완 카삽 바치의 작품을 모사한 형태다. 마완 카삽 바치는 주로 아랍권 국가의 인권에 대한 초상화를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로 표현했던 화가다.


권하윤, 새[鳥] 여인, 2017, 가상현실 설치, 가변크기_1
권하윤의 ‘새[鳥] 여인’./제공=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신예 작가 권하윤의 가상현실(VR) 작품 ‘새 여인’도 소개된다.

권하윤은 “프랑스에 있는 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작은 기억을 재구성했다”며 “새를 수집하는 한 아주머니 집에 갔다가 새에 매료돼 자신이 뭐 하러 왔는지도 잊은 채 새만 구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관람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3D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재구성된 개인의 주관적 기억이 성우 목소리와 함께 관객을 신비한 공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관객이 가만히 서 있을 때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되고, 관객이 움직이면 새로운 시공간의 경험을 제공한다.

미국 출신 미디어 작가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커리 폼왈트는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1877~1878년 거대한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사진을 분석했다.

작가는 킹스턴 박물관에 소장된 마이브리지의 파노라마 사진 복사본을 촬영한 스틸 사진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거대한 화면으로 영사한다.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은 ‘동남아시아 비평사전’, ‘더 네임리스’(The Nameless), ‘더 네임’(The Name) 등 세 작품을 선보인다.

이중 ‘더 네임리스’는 라이 텍으로 알려진 한 남성에 대한 이야기다. 라이 텍은 50개가 넘는 가명을 쓰며 삼중 스파이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말레이공산당 총서기를 지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홍콩배우 양조위가 지난 20여 년 동안 출연한 영화에서 가져온 영상으로 이뤄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참여작가들의 주요 영상작업들도 보여준다. 7월부터 서울관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총 15편이 특별 상영된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호 추 니엔, 더 네임리스(The Nameless)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의 ‘더 네임리스’(The Nameless) 중 한 장면./제공=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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