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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달콤한 찐빵 속에 가을이 한가득…강원 횡성

[여행] 달콤한 찐빵 속에 가을이 한가득…강원 횡성

기사승인 2017. 10. 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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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자연휴양림
경사각을 줄이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나무 데크를 깔아 만든 청태산자연휴양림의 데크로드.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고 올라도 될 정도로 장애물이 없고 경사가 완만하다.
가을과 찐빵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둘 다 오래된 기억들을 느닷없이 게워내게 만든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 갈수록, 또 하얗고 둥그스름한 찐빵을 보면 그리워지는 것들이 유난히 많아진다. 가을, 그리운 것들을 실컷 그리워하고 싶을 때 강원도 횡성 안흥면을 찾아가본다. ‘찐빵마을’이 이곳에 있다. 가게 되면, 청태산자연휴양림과 자작나무숲 미술관은 꼭 들른다. 마음 천천히 살필 수 있는,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공간들이다.

안흥찐빵마을
‘면사무소앞 안흥찐빵’ 김성순(45)씨가 찐빵을 쪄내고 있다. 이곳 찐빵은 손으로 빚어 만드는 ‘손찐빵’이다. 옛 맛을 내기 위해 방 안에서 3시간여를 숙성시킨다.
안흥찐빵마을
안흥찐빵마을에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반죽해 찐빵을 만드는 11개 업체가 있다.
◇ 곰삭은 시간의 향기 물씬…안흥찐빵마을

‘찐빵’을 내건 간판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면 안흥면이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멀지 않다. 직설적이고 단순한 이 두 글자가 곰삭은 시간을 끄집어낸다. 가을에 맞닥뜨리면 더 그렇다.
안흥에는 현재 19개의 찐빵 업체가 있다. 이 가운데 11곳은 기계를 쓰지 않는다. 여전히 반죽해 손으로 찐빵을 만든다.
안흥찐빵의 유래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가는데 이틀이나 걸렸단다. 안흥은 중간지점이었다. 사람들과 물자가 이곳에서 쉬고 또 묵어갔다. 안흥은 번성했다. 차부(화물차나 시외버스 터미널)가 있었고, 식당과 여관, 차량 정비소 등이 들어섰다.
이때쯤 안흥찐빵이 등장했다. 쉬어가는 사람들에게 요긴한 먹거리, 간식거리로 잘 팔렸다. 어머니 뒤를 이어 ‘면사무소앞 안흥찐빵’을 운영하는 김성순씨(45)는 “그때는 막걸리를 넣어 만든 반죽에 국산 팥으로 된 소를 넣어 빵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방 안 이불 속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켰죠. 그래서 찐빵에서는 특유의 술향기(발효향)가 돌아요. 피도 쫄깃했고. 이게 안흥찐빵의 특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영동고속도로가 뚫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안흥에서 머물지 않았다. 곧장 강릉으로, 또 서울로 향했다. 찐빵도 차츰 잊혀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옛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찐빵도 다시 눈길을 끌었다. 1998년부터 안흥에 찐빵 가게들이 하나둘 새로 생겨났다. 이렇게 ‘찐빵마을’이 탄생했다. 요즘 이곳 가게들은 막걸리 대신 효모를 사용한다. 수요가 늘어나며 발효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도 피는 여전히 쫄깃했다. 소는 적당히 달았고 맛은 구수했다.
축제도 열린다. 안흥찐빵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한 무대다. 올해 11년째 맞는 축제는 13일부터 15일까지 안흥면 일대에서 열린다. 찐빵 만들기 등 찐빵체험부터 농경문화체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화려하지 않은 거리를 기웃거리다 허기질 때 찐빵 한입 베어 문다. 강렬한 열기가 입안에 훅하고 퍼지는 순간 기억 속에 잠자던 그리움의 대상들이 순식간에 깨어난다. 가을에 만난 찐빵이 새삼 반갑게 느껴진다.

자작나무숲 미술관
자작나무숲 미술관의 산책로. 인공의 손길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자작나무숲 미술관
자작나무숲 미술관 스튜디오 갤러리(카페).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예쁘다.
◇ 26년의 손길이 만든 자연…자작나무숲 미술관

찐빵의 정서 닮은 풍경이 횡성에 몇 곳 더 있다.
우천면에 있는 자작나무숲 미술관은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곳이다. 자작나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졌다.
들머리 조붓한 산책로를 따라가면 하늘로 곧게 뻗은 자작나무를 볼 수 있다. 아직 남은 초록들 사이에서 볕 받은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가 곱게 반짝인다. 느티나무와 뽕나무도 섞여있다. 계속 걸으면 너른 잔디밭이 나오고 예쁜 스튜디오 갤러리(카페)와 전시실도 만난다. 미술관이라 이름 붙었지만 그 흔한 미술관이 주는 일말의 위압감은 없다. 이름난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치밀한 인공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무와 풀과 돌멩이와 바위는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길 따라 걸으며 가을 공기를 한껏 들이켠다. 작은 벤치에 앉아 게으름도 부려본다. 은은한 음악소리가 바람 타고 흐르니 그리운 것들이 더욱 또렷해진다. ‘이렇게 아름다우니 어서 빨리 보라’는 무언의 강요가 없으니 급할 것도 없다. 느릿하게 지나니 풍경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내 시선은 내면으로 향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예쁜 공간은 화가였던 원종호관장(64)이 26년간 직접 가꾼 산물이다. 나무가 내뿜는 순백의 기운은 그에게 백두산 천지보다 큰 감동을 안겼다. 그는 1990년 백두산 여행길에 본 자작나무에 반해 이듬해 1만 2000주를 여기다 심었다. 기후 등의 조건이 맞지 않았지만 약 4000주가 기어코 살아남았다.
날씨가 추워지면 하얀 수피는 더욱 하얗게 변한다. 만추의 자작나무는 노란 단풍과 하얀 수피가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만든다. 겨울에는 순백의 올곧음을 자작나무에서 볼 수 있다. 이제부터가 자작나무의 매력을 만끽할 때다.
원 관장은 “흰색은 가장 밝은 색이다. 볕이 비칠 때 흑과 백의 대조가 강렬하다. 특히 겨울에는 이 하얀 빛에 애잔한 끌림이 있다”고 자작나무를 예찬했다.
청태산자연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 제1 데크로드. 침엽수가 많은 숲은 가을이 깊어가는 데도 여전히 푸르다.
청태산자연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의 제2 데크로드. 활엽수가 많아 단풍이 들면 풍경이 더 예쁘다. 단풍은 이달 말쯤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 걷기 참 편한 가을 숲…청태산자연휴양림

걷기 참 편안한 산책로가 둔내면 청태산자연휴양림에 있다. 곧 단풍무리가 내려앉으면 풍경은 더 우아해진다.
휴양림은 청태산(1200m) 자락에 있다. 청태산은 예부터 기운이 크고 산세가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이 산의 호연지기에 반해 ‘청태산(靑太山)’이라는 휘호를 직접 내렸다고 전한다. 휴양림에서 청태산 정상까지 6개의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체력에 맞게 선택해 걸어본다.
가볍게 산책을 즐길 요량이면 휴양림에 조성된 데크로드가 알맞다. 이름처럼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탐방로인데 경사각을 줄이기 위해 ‘지(之)’자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러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물론 노인과 아이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게다가 장애물이 없으니 휠체어나 유모차를 밀며 걸어도 힘이 들지 않는다.
데크로드는 두 개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각 코스는 약 15~2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주변으로 숲이 울창하다. 제1 데크로드는 침엽수가 많다. 특히 잣나무가 울창하다. 제2 데크로드는 활엽수가 많다. 피나무, 떡갈나무, 느릅나무, 단풍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밤새 숲의 천연함을 만끽할 수도 있다. 휴양림 잣나무 숲에 야영장이 있는데 풍경 예쁘고 고즈넉해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데크로드를 따라 느릿하게 걸어본다. 길 따라 핀 야생화에 눈이 호강하고 맑은 새소리에 귀가 즐겁다. 온몸으로 맞는 바람이 참 상쾌하다.
청태산자연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의 야영데크. 풍경이 예뻐 캠핑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여행메모]

자작나무숲 미술관 입장료는 어른 2만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1만8000원이다. 카페에서 주인이 직접 내린 커피 또는 차 한 잔이 포함된 가격이다.

청태산자연휴양림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300원이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해설사가 안내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이 있다. 무료다. 숙박도 가능하다. 숲속의 집 11동 11실, 산림문화휴양관 2동 29실 등의 숙박시설과 숲속수련장 3동 등이 규모별로 갖춰져 있다. 잣나무 숲에 만들어진 야영 데크는 28개다.

횡성은 한우가 유명하다. 횡성축협이 운영하는 횡성축협한우프라자가 믿을 만하다. 횡성축협은 체계적 관리를 통해 지방두께, 등심면적, 지방비율 등에 있어 일관된 품질의 한우를 공급한다. 횡성읍 본점을 비롯해 우천면에 우천점과 새말점, 둔내면에 둔내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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