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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일본인에게 평화는 ‘전쟁 없는’ 세상

[창간 12주년]일본인에게 평화는 ‘전쟁 없는’ 세상

기사승인 2017. 11. 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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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헌법공포일, 4만 명 운집해 "전쟁 반대" 외쳐
북한 납치 피해자 가족도 '북한과의 전쟁'은 반대
아베, 중의원 선거 승리했지만 셈법 더 복잡해져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왼쪽)가 6일 도쿄도(東京都) 내 초등학교에서 서예 체험을 했다. 아키에 여사와 함께 ‘평화’(平和)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월 3일은 일본이 헌법을 공포한 날이다. 올해 71주년으로 일본은 이 날을 ‘문화의 날’로 지정해 공식 휴일로 만들었다.

이날 도쿄 각지에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리를 채웠다. 1946년 11월 3일 공포돼 1947년 5월 3일 발효된 일본 헌법은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NHK에 따르면 이날 일본 국회 앞에는 약 4만 명의 시민들이 헌법 수호를 외치며 집회에 참가했다. 일본의 평균 집회 규모로 따지면 큰 규모였다.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 ‘전국시민행동’에 참여한 이들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 자리에는 올해 노벨평화상에 선정된 반핵운동단체 ‘I CAN(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카와사키 아키라씨의 모습도 보였다. 일본 ‘피스보트’의 공동대표이자 20년 이상 반핵·평화운동을 해온 카와사키씨는 “헌법 9조에 의한 평화는 지난 전쟁에서 배운 큰 목표”라며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면 자위대의 권한을 확대해 버릴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도쿄 신주쿠에선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아름다운 일본 헌법을 만드는 국민회’ 회원 약 20명이 “헌법에 자위대 명기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이 단체의 토노무라 세이텐씨는 “지난달 선거를 통해 헌법 개정의 기회가 왔다”며 “자위대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 헌법 9조에 명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은 지난달 치러진 중의원 선거 후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로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본격적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주요 공약으로 냈고 선거 결과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전체 의석의 3분 2를 넘겼다. 구체적으로 자민당은 284석을 얻어 전체(465석) 과반수를 차지해 공명당(29석)과 합하면 313석이다. 헌법 9조 개헌을 주장하는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까지 합하면 4분의 3이란 분석도 나온다.

선거 결과만 보면 일본인들은 헌법 개정을 찬성하고 있지만 실제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의 결집력이 커지고 있다. 역대 두 번째로 낮았던 53.6%란 투표율만 보더라도 선거 결과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선거 전날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높은 비례대표 지지를 받은 입헌민주당은 개헌 저지를 요구한 시민들이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1997년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橫田 めぐみ)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81)씨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년 간 헤어진 딸을 하루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면서도 “(전쟁으로) 사람을 죽이고 거리를 궤멸시키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 후 평화에 대한 입장과 논리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 3일 요미우리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북한과 관련해 ‘대화’와 ‘압력’ 중에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화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48%로 ‘압력 중시(4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이 매체가 실시한 지난 2·7·9월 조사 결과를 역전한 것이다.

‘집권 4기’를 맞은 아베 총리는 내각이 공식 발족된 1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해 의지를 나타냈지만 당장 올 연말부터 2019년 참의원 선거 전까지 어떻게 국민투표를 추진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정치적 숙원 사업인만큼 복잡한 속내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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