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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금알 면세점 특허기간 논쟁

[칼럼] 황금알 면세점 특허기간 논쟁

기사승인 2015. 11. 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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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끝나자 예상대로 관련 업계가 들끓고 있다. 사업권을 잃은 기업들은 특허기간 5년이 너무 짧다며 열을 받은 상태고 새로 사업자가 된 기업들은 속으로 신나게 웃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탈락 기업의 입장이 언론에 크게 부각되면서 심기가 편치는 않을 것이다. 사업자 재선정이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불식시키고 경쟁을 촉진하기에 필요한 조치라고 정부는 말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관세법에 기간이 5년으로 돼 있어 현재로써는 탈락자의 불만을 잠재울 뾰족한 방안도 없다.

서울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을 잃은 롯데와 워커힐 면세점을 내놔야 하는 SK는 최대의 패자다. 반대로 남대문에 면세점을 따낸 신세계, 동대문에서 승리한 두산은 입이 한자는 찢어져 있다. 이권이 걸린 심사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인데 롯데와 SK는 그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룹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이 있고 당장 2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과 수 천억 원의 물품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면세점에 투자를 하겠느냐는 볼멘소리까지 하고 있다.

기업의 주장대로 사업자를 5년마다 재선정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이다. 5년 후에 신세계와 두산이 면세점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고 반대로 롯데와 SK가 잃었던 면세점을 탈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행대로라면 몇 개의 면세점을 두고 피 터지는 싸움이 5년마다 벌어져야 한다. 면세점이 황금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패자들에게 5년짜리 특허는 분명 불만스러울 것이다. 2013년 이전에는 10년마다 자동 갱신하더니 왜 규정을 바꿨느냐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면세사업 논란의 핵심은 특허기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허기간은 개선돼야 할 여러 사항 가운데 하나인데 기업들은 5년짜리 시한부라는 말을 강조한다. 외국에 비해 특허 사용료가 턱없이 싸고, 큰돈을 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특허기간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의견을 모아 관세법만 고치면 간단하다. 중요한 것은 왜 10년 자동갱신을 5년 재심사로 바꿨느냐 하는 점이다. 재벌에 의한 독과점이 문제다. 정치권과 정부는 독과점을 우려했는데 재벌은 경쟁력 약화를 들고 나왔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면세점을 서울 부산 제주 등 특정 대도시에만 두어야 한다는 생각도 잘 못 됐다. 적어도 16개 시도에는 면세점이 있어야 한다. 관광객이 전국 어디서든지 쇼핑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꼭 복잡한 서울 강남이나 남대문 동대문 용산을 찾아야 면세품을 산다면 이는 엄청난 불편이고 스트레스가 된다. 각 시도에 면세점을 두면 면세점 특혜라는 말도 없어진다. 관광객은 편하고, 정부는 고생하면서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러저런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생각을 바꿔 면세점 문호를 완전 개방하면 논란은 아주 쉽게 풀린다. 대기업만 면세점으로 재미를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4년 매출 9조2000억 원인 면세사업은 경쟁력을 이유로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기보다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골고루 운영하고 돈을 벌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면세점이 꼭 규모가 클 필요는 없다. 백화점처럼 모든 걸 다 팔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전문 면세점을 육성하면 시장은 더 확대되고 국세청의 수입도 늘어난다. 일본이 왜 2만여 개의 크고 작은 면세점을 두는지 연구해 봐야 한다.

면세점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탈락한 기업은 재도전을 준비해야 하고, 사업권을 딴 기업은 5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또 새롭게 도전하는 기업은 판세를 잘 읽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불만도 들어야 하고, 면세점을 완전 개방하라는 충고도 되새겨야 한다. 면세점에 재벌 총수들까지 나서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다면 개도 모른 체 할 것이다. 어떤 사업이든 돈방석, 황금알 소리를 들으면 시끄럽게 마련이다. 패자는 불만이고, 승자는 웃는다. 면세점을 부의 축적수단이 아닌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접근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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