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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금을 더 내겠다니 미친 거 아냐?”

[칼럼] “세금을 더 내겠다니 미친 거 아냐?”

기사승인 2016. 03.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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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더 내겠다니 미친 거 아냐?” 미국 뉴욕주의 부자들이 빈곤층을 위해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청원했다는“믿어지지 않는 기사”를 읽은 A씨가 동료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금수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부자를 생각하면 뉴욕 부자는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신선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욕주의 부자 51명이 뉴욕 주지사와 주의회에 청원서를 보냈다. 내용은 상위1%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는 것. 청원서는 뉴욕 일부 지역의 아동 빈곤율이 무려 50%를 넘고, 뉴욕주 전역에 8만여 명의 노숙자가 있을 정도로 빈곤이 심각한데 이를 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서민들을 위한 경제적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과 낙후된 도로, 공공건물 등을 보수ㆍ개발하려면 돈 있어야 하는 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고 싶다고 했다. 대단한 청원이다. 


이들은 상위 1%의 부자들에게 더 높은 소득 한계 세율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많은 세금을 낼 능력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죽는 소리 하지 않고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한 게 금수저만 보아온 A씨에게는 미친 짓으로 보였을 것이다. 미국 상위 1%의 연간 소득은 66만5000달러(약 7억7000만 원)로 7.6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할리우드 영화사 월트 디즈니의 손녀이자 영화감독인 아비게일 디즈니,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의 후손 스티븐 C. 록펠러, 사모투자전문가 레오 힌더리 등이 청원을 했다. 투자의 귀재 워펀 버핏은 2011년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버핏세'를 주장했었다. 


세금을 더 내도록 해달라는 청원은 비록 미국의 일이지만 정치권의 공천싸움,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 등으로 걱정 속에 살아가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산소와 같이 시원한 뉴스였다. 이런 정신이 미국을 지탱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힘의 원천이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우리나라를 생각했을 것이다. 금수저를 물고 나온 재벌 2세, 3세가 이런 생각을 할까? 종로 바닥을 떠도는 어려운 사람들에게“어려운 사람이 너무 많아.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서 그들을 도와야지”하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상속 재산을 두고 형제간에 싸우고, 상속세를 덜 내고, 탈세를 하고, 영업이익은 줄여 신고하고, 심지어 부모와 재산싸움까지 벌이는 게 부끄러운 모습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필자는 국세청을 출입하며 국세공무원들이 탈세를 막으려고 애쓰는 것을 수도 없이 봤다. 집으로 쳐들어가고, 숨긴 돈다발을 찾아내고, 재산을 압류하고, 검찰에 고발하고, 세무조사 하는 것을 보면서“욕심을 덜 부리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외국에 유령회사를 세워 탈세를 하고, 돈을 빼돌리고, 횡령하다 처벌받는 일이 허다한 게 우리가 늘 보는 모습이 아닌가.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내 배만 채우고, 내 회사만 키우고, 수익만 올리려는 욕심이 발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 들이다. 돈을 버는 데만 매달리고,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부족해 무척 아쉽다.


얼마 전 필자는 한 지인과‘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얘기하던 중“5000명 분을 혼자 깔고 앉지 말고 5000명에게 나눠주라”는 말을 들었다. 예수가 물고기 2마리와 떡 5개로 5000명을 먹였다는 데서 힌트를 얻은 말인데 우리나라의 부자들도 뉴욕 부자처럼 어려운 사람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주의 부자들이 어린이 빈곤과 노숙자를 보고 자신들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한 것은 큰 교훈을 준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이런 사람들을 보고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일을 못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너희들 때문에 서울이 더러워진다고 원망 하는 대신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뉴욕주의 소득세율은 2017년 만료된다. 다음 달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한다. 개정안 마련에 앞서 백만장자들이 먼저 1% 증세안을 내놓은 것인데 주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증세에 반대해 법제화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설령 법제화가 되지 않더라도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청원을 한 것은 존경받을 일이다. 우리나라도“세금을 더 내겠다니 미친 거 아냐?” 소리 듣는 부자들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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