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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역외탈세 철퇴, 국세청 권한 강화 시급

[칼럼]역외탈세 철퇴, 국세청 권한 강화 시급

기사승인 2013. 09. 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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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남성환 기자 = 국세청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이와 관련된 금융계좌를 갖고 있는 한국인 405명의 명단을 추출, 이중 26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중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일 이들 가운데 29명은 조세탈루혐의가 확인되어 1차로 11명에게 714억 원의 탈루세금이 추징됐고 나머지 18명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출범시키고,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하는 등 역외탈세 대응 업무를 강화해 왔는데, 비록 시작은 미약했지만 역외탈세에 대한 단속업무가 이제야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탈세범 중에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산업 폐기물을 원재료인 것처럼 위장, 고가로 수입하는 방법으로 해외로 기업자금을 유출시킨 상장사 법인의 사주가 있는 등 그 수법이 교묘하고 악질적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역외 탈세범은 시계나 금괴 또는 고가 사치품을 밀수입하는 밀수범 보다 국가적으로 폐해가 훨씬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탈세범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아직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측면이 있으며, 사법당국의 처벌도 솜방망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밀수입은 비록 범죄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자본재가 국내로 반입됨에도 불구하고 가장 엄중한 형사처벌이 뒤따르지만, 역외탈세는 국부가 송두리째 국외로 유출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추징금으로 끝나는 등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금감원은 개인 18명과 법인 20개에 대한 불법외환거래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지만, 사법처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38건의 불법외환거래사건 가운데 기소유예 2건, 내사중지 2건, 입건유예 5건, 혐의 없음 5건 등 총 14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처분을 내렸으며 4건은 처리결과마저 미상이다. 나머지 20건에 대해서도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기소를 통해 총 3억4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그쳤다. 밀수범에 비하면, 국민 80%가 동의하고 있는 것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이루어 진 셈이다.

국세청은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도입해 해외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의 현금 및 상장주식 잔액의 합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고토록하고, 미신고분에 대해서는 10%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올해부터는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했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개인과 법인 대표 명단이 외부에 공개되며, 내년부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미신고 금액에 대해 10%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등 형사처벌 제도가 도입된다. 그러나 국세청이 어렵사리 도입한 이 제도조차도 외국에 비하면 솜방망이나 다름이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해외 금융 계좌 잔고가 하루라도 1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그 내역을 재무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27.5%에 달하는 벌금과 함께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만달러 이하의 벌금이 부과 된다. 단순 비교 해봐도 미국은 1000만원 이상일 경우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10억원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00배는 많아야 신고대상이 되는 부자 나라(?)인 셈이며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형사처벌의 수위는 징역 2년 이하로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등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 그리고 국세청의 권한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일부 경제계 인사들은 국세청에 대해 “권력이 너무 큰 제4의 권부”라고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FIU법처럼 국세청의 손발을 꽁꽁 묶어 공정과세업무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세청은 탈세하는 부자들에게는 몰라도 서민들에게는 결코 권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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