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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금폭탄 용어 남용 심각하다

[칼럼]세금폭탄 용어 남용 심각하다

기사승인 2013. 10.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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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남성환 기자 =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여기저기서 세금폭탄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8월초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중산층의 반발로 좌절되면서부터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국세청의 정상적인 세무조사 업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키워나가고 있다. 자칫 조직적인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세에 대한 반발은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찍이 공자님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명구를 남기셨다.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 근처를 지나가는데 깊은 산 속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연을 묻자 여인은 "옛날에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가셨고, 이어 남편과 자식도 모두 물려 죽어 무서워서 운다."고 답했다. 그렇게 무서운 곳을 왜 떠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인이 정색하고 말하길, "그래도 이 곳은 가혹한 세금에 시달릴 걱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데서 비롯되는 말이라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지난 8월초에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후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연봉 3450만 원짜리 유리지갑으로부터 실제적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었다.
'조용하던 중산층'을 분노케 한 것은 물론 국정운영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는 사태로 번져나갈 수도 있었다. 다행히 사태의 심각성을 일찍 간파한 박대통령이 전격 재검토를 지시해 증세의 기준을 연봉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바꾸면서 간신히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일부 인사들은 걸핏하면 세금폭탄 운운하면서 국세청의 정당한 조세업무에도 반기를 들고 있고, 이를 부추기는 현상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그 나라의 주인이다. 세금은 국민을 위해 쓰여 지도록 안전장치가 겹겹이 가동되고 있다. 그러므로 국세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세금을 많이 거두어도 자기의 수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왕정시대의 가렴주구(苛斂誅求)나 가정맹어호라는 말에 비견되는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실제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국세청(IRS) 건물입구에는 “Taxes are what we pay for a civilized society. (세금은 문명사회를 누리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리고 국세공무원들의 자세도 당당하며 재량도 막강하다. 이러한 미국과 비교해 보아도 작금의 한국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세금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특히 세금과 무관한 사람들이 이 같은 세금폭탄 이란 말에 너무 쉽게 부화뇌동하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부자들은 거의 국세공무원의 판단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다만 뒤에서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부추길 수는 있다. 이는 재테크의 한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서민들마저 앞장서서 세금폭탄이라고 분노하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상위 1% 기업들이 낸 법인세가 전체의 86.0%에 달하고 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2012년 납부된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할 때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48.9%였고, 상위 10%는 86.1%나 된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므로 세금폭탄이라는 말에 서민들이 너무 가볍게 동조하는 것은 아닐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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