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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외탈세, 지구 끝까지 쫓는다

[칼럼] 역외탈세, 지구 끝까지 쫓는다

기사승인 2013. 11. 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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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오래전부터 역외탈세에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보여 진다. 지난 2009년 11월 역외탈세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활동하였고 최근 17명의 변호사를 신규 채용해 증거자료 수집, 법리 보강, 검찰과의 유기적 공조를 통해 역외탈세를 근절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 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역외탈세의 발본색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됨으로써 앞으로 조세정의 확립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획기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역외탈세에 대해 법적, 사회적으로 너무 관대하게 받아들여져 왔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역외탈세는 국민 모두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는 밀수범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치는 매국적인 범죄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밀수는 어찌됐든 재화가 국내로 들어오는데 역외탈세는 알토란같은 현금재산이 국외로 빠져나가며, 그 규모도 밀수보다 최소 수십배, 수백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외탈세에 대해 당장 철퇴를 내리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어떤 기관도 역외탈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는 2010년 현재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빼돌려진 자산은 총 7790억 달러(약 8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1조1890억달러), 러시아(7980억달러) 다음으로 많다는 것이다. 관세청도 2010년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62개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입대금 지급액은 1317억 달러인데 비해 수입신고는 428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서, 그 차액 889억 달러는 해외로 빼돌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889억 달러가 10년 정도 계속 빼돌려졌다면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제시한 금액과 거의 비슷해진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GDP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어찌되었건 국세청이 역외탈세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 인식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나름대로 2008년부터 지난 6월까지 역외탈세 조사를 통해 3조406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징수액은 61.7%인 1조8774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밀수범은 군말이 없지만, 역외탈세범은 당당히 법원에 소송을 내며, 또한 승소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는 역외 탈세에 대해 아직은 관대한 측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세청이 변호사 17명을 채용하여 역외탈세 추적 강화 의지를 볼 때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실례로 금융감독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금감원은 개인 18명과 법인 20개에 대한 불법외환거래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지만, 사법처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38건의 불법외환거래사건 가운데 기소유예 2건, 내사중지 2건, 입건유예 5건, 혐의 없음 5건 등 총 14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처분을 내렸으며 4건은 처리결과마저 미상이다. 나머지 20건에 대해서도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기소를 통해 모두 3억4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그쳤다. 건당 평균 1000만 원 안팎의 솜방망이 판결이 이루어 진 셈이다.

역외탈세는 조세피난처 여러 곳을 거치면서 지능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21일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총 197조3970억 원이 조세피난처로 송금됐다. 이 중 중소기업의 송금액은 60% 줄어든 반면 대기업의 송금액은 301%나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최근 효성그룹이나 동양그룹 사태에서 밝혀지고 있는 것처럼 대기업의 역외탈세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오죽하면 지난달 21일 윤호중 의원이 "독일 등 선진국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신설하고, 역외거래의 성격에 대한 입증 책임을 납세자에게 부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겠는가.

국세청의 역외탈세 전담부서를 강화시키고 검찰, 금감원,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다면 역외탈세 근절은 물론 조세정의의 실현과 행복한 나라의 구현에 반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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