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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부문화에 대한 조세정책 유감

[칼럼] 기부문화에 대한 조세정책 유감

기사승인 2014. 01. 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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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남성환 기자 = 지난 연말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에 관한 기사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지난해 12월30일 오전 11시15분께 50대 안팎으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얼굴 없는 천사 비석' 옆에 돈을 두었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 사람은 벌써 14년 동안 연말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모두 3억5000만 원의 거액을 기부했다.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은 이분의 뜻을 기리고자 이곳에 '얼굴 없는 천사 비'를 세웠다. 참으로 전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미담이다.

그런데 불우이웃을 돕는 수많은 기부천사들과 달리 정부와 국회는 기부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징세제도 개선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정부는 지난 1년간 수차례에 걸쳐 기부와 관련된 세제 정책을 개악했다. 지난해 연초 기부금을 보험료·의료비·교육비 등과 함께 묶어 2500만 원 한도 내에서만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변경해 고액기부자들의 의욕을 꺾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근로소득자들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현행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3000만 원 이하 15%, 3000만원 초과 30%) 방식으로 전환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세 전문가들은 기부금에 대해서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과 같이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건의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복지정책이 거의 완비되어 개인의 기부문화가 제일 취약한 프랑스를 모델로 해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세액공제 비율이 66%에 달하는 점은 감안치 않고 있어 더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세수를 늘리겠다는 정책에 함몰되어, 이 땅의 기부문화를 황폐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게 되면 증세효과는 약 730억 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부금은 약 1조 2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한술 더 뜨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일 확정된 2014년 세법개정은 기부금에 대한 세법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확정된 것은 물론이고 3000만 원 초과분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당초 30%였던 정부안보다 오히려 더 후퇴해서 25%로 축소했다.  

이러한 세제개편은 민간 기부금의 복지예산 대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의 손실일 뿐만 아니라 자비와 선행을 백안시 하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실례로 연봉 5억 원을 받는 근로자가 교회에 십일조 헌금으로(종교단체에 대한 지정기부금) 연간 5000만원을 기부한 경우 지난해까지는 5000만원 전액(소득금액 10% 한도)에 대한 소득공제가 가능했다. 따라서 연말정산을 통해 1900만원(5000만원×세율 38%)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종합한도에 묶이기 때문에 3000만원까지는 1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고 나머지 2000만원은 25%가 세액공제 되므로, 합계 950만원만 세액공제로 환급받게 된다. 지난해(소득공제 제도)에 비해 세제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물론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처럼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자들은 대부분 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정부의 세제혜택을 바라고 기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전체 기부액의 37% 수준에 불과한 기업의 기부문화가 좀 더 확장되어야하며, 여기에는 세제혜택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올해부터는 법인의 기부금이 더욱 위축될 우려가 매우 높아 진 것이다. 이는 일부 정치후원금이 금액 제한 없이 전액 소득공제가 되는 현실과 비교해 볼때 기부금에 대한 세제의 불합리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제1의 목표는 행복한 나라의 건설이다. 이는 사회양극화로 자살률 세계1위, 출산률 세계 꼴찌의 불행한 현실 속에서 5000만 국민에게 희망으로 받아들여지는 지상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기부 천사'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고 있는 작금의 세태는 참으로 유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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