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지금이 한창 제철입니다. 철분뿐 아니라 칼슘도 쇠고기의 약 8배나 되고, 비타민A가 풍부해 멜라닌색소를 분해하므로 고운 피부를 유지해 준답니다. 이 때문에 “고기를 잡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지만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뽀얗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지요. 서양에서는 기원전 1세기부터, 동양에서는 송나라 때(420년 경) 대나무에 끼워서 굴을 양식했고, 조선시대 신중동국여지승람에는 ‘굴이 강원도를 제외한 칠십여 고을의 토산품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세계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은 음식입니다. 굴은 8월까지 산란기를 끝내고 살이 차기 시작해 겨울, 즉 12월에서 2월까지가 제철, 즉 최고의 맛을 간직한 때입니다.
흠. 이런 저런 굴에 관한 생각을 하다, 주저없이 두 망태기를 삽니다. 10kg짜리가 1만 5천원이랍니다. 눈발이 날려서, 겨울 홍원항은 매우 춥습니다. 보통 굴은 날것으로 먹거나, 굴국밥, 굴젖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하게 야외에서 석화를 바비큐로 구워 먹기로 합니다.
일몰을 보고 왔으니, 이미 해는 져서 깜깜합니다. 숙소인 춘장대 해수욕장 수련원 한 쪽에 바비큐 준비를 합니다. 역시, 소담스럽게 눈이 오기 시작합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숯위에, 석화를 올려놓습니다. 석화구이는 굴껍질이 열을 받으면 껍질이 탁탁튀고, 여러명이 먹는속도와 맟추기 어려운것이 단점이기는 합니다만, 눈내리는 밤바다를 보며 구워먹는 이 호쾌함과는 비할 수가 없습니다. 굴은 익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두껍고 딱딱한 껍질이 시간이 조금 흐르면 신기하게 입을 살짝 벌립니다. 입을 벌리면, 끝부분이 까맣고 몸체는 살이올라서 토실토실하고 오동통한 우윳빛 굴이 몸체를 드러냅니다. 껍질을 벗길때는 장갑을 끼시고, 조금 덜 벌어진것은 버터나이프를 이용하면 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굴을 입에 넣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하면서, 짭쪼롬한 바닷물 간이 적당이 들어 있답니다. 구워져 뜨거운 굴은 맛이 활성화되어 풍부한 맛을 냅니다. 이 탐스럽고 부드러운 식감. 굴껍질 안에 남아있는 국물을 마시면, 짭짤한 겨울바다를 마시는 느낌입니다. 저는 익힌 굴을 그냥 먹습니다만, 취향에 따라 초고추장을 찍어 드셔도 좋습니다. 미국사람들이나 유럽사람들은 이 맛을 알까요!!! 탁탁하는 굴껍질 터지는 소리와, 저 앞에 보이는 겨울바다 파도소리가 즐겁습니다. 내리는 눈도 탐스럽습니다. 아, 물론, 매우 춥습니다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오늘의 음식은 두고두고 오래 기억될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역시 음식은, 어떤 때,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멋있는 음식이 되는 거지요. 제철인 석화는 값이 아주 싸서, 칠팔명이 두 망태기를 먹으면, 배가 아주 부릅니다.
올해는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는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고, 삼면이 바다인 나라입니다. 굴이 전국적으로 많이 생산되지요. 저는 겨울에 석화구이를 먹을때, 참 멋있는 음식이다, 이래서 우리나라가 참 좋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모처럼, 가족들이나 보고싶은 친구들을 전화를 걸어 모으세요. 미리 석화는 주문해 놓으시구요. 추운 야외에서도 좋습니다. 아니, 따뜻하게 옷을 입으셨다면, 오히려 야외에서 드시는 걸 강력히 권장합니다. TV가 없어 음식에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석화 구워 드시다가,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보시거나, 눈이 와도 좋겠지요. 눈오는 겨울바다를 상상하시면서, 좋은 분들과 뜨거운 석화구이를 즐겨보십시오. 어쩌면, 그 석화가 피어있던 바위, 겨울 밤바다 파도 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