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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넘버 쓰리보다 못한 중국의 권력 2인자는 늘 피곤해

[여의도 칼럼] 넘버 쓰리보다 못한 중국의 권력 2인자는 늘 피곤해

기사승인 2016. 01. 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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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지 않으면 의미 없어
권력은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고무상의 힘을 쥐고 있는 최고 권력자가 늘 “내 자리를 넘보고 있는 자가 어디 없나?” 하고 생각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차 잘못하면 권력 2인자가 목숨도 내놓아야 한다. 부자 간에도 권력은 공유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시진핑과 리커창
시진핑 중국 당 총서기와 리커창 총리. 명실공히 중국 권력 서열 1, 2위이나 권력의 무게 차이는 너무 크다./제공=신화(新華)통신.
과거를 살펴보면 실제로도 그랬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불리는 청나라의 강희 황제가 태자를 두 번이나 폐위시킨 것만 봐도 좋다. 사실상 권력 2인자인 태자의 무능력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너무 빨리 넘본다는 생각이 그로 하여금 아들을 가차 없이 내치는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사도세자를 죽인 조선의 영조 못지 않은 냉혹한 결단이 아니었나 싶다.

중국의 경우는 세상이 변한 지금도 다르지 않다. 권력 2인자는 진짜 납작 엎드리지 않으면 칼을 맞는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드르던 시대에는 류사오치(劉少奇)가 이런 횡액을 당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도 비슷했다. 자오쯔양(趙紫陽)과 후야오방(胡耀邦) 두 당 총서기가 류사오치와 같은 운명에 직면해야 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절이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 당 서기가 1인자 자리를 넘보는 2인자를 자처하다 옥고를 치른 끝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절에도 비슷한 비운의 권력 2인자는 있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최소한 총리 자리는 보장될 것이라는 소리를 듣던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上海) 당 서기가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쓸데 없이 후 총서기 겸 주석의 정책에 사사건건 토를 달다 18년 형을 선고받고 영어의 몸이 되는 운명을 감수해야 했다. 감형이 없을 경우 2025년 이후에야 출옥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권력 2인자가 늘 비참해지지는 않는다. 무사히 2인자 자리에서 물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도 한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주룽지(朱鎔基),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역시 행복한 2인자였다고 할 수 있다. 권력에 욕심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 다음 자신을 한 없이 낮춘 결과가 아닌가 보인다.

현재 중국 권력 2인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1인자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듣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초라하다. 영 2인자다운 분위기를 풍기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경제가 좋지 못하다. 현장에서는 경착륙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형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전적으로 그의 책임은 아니나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연초부터 그의 권한이 많이 축소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내년 가을로 예정돼 있는 당 제19기 전국대표대회에서 총리 자리를 내놓는 쪽으로 결정이 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로서는 정말 치욕적인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고 봐도 괜찮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답은 간단하다. 참는 것이다. 넘버 쓰리보다 못한 권력 2인자의 존재감이라도 감내햐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2인자의 숙명이라는 사실을 역사에서 배워 안다면 진짜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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