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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기사승인 2017. 06. 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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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장 용 동 대기자
부동산 경제기자로 활동하면서 2004년 3번째로 출간한 ‘누르면 튄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책자는 인위적 시장 규제가 가져오는 폐해와 시장의 역습을 다룬 실용서다. 당시는 노무현정부가 들어선지 1년 정도 지난 시기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미친 듯 뛰어올랐고 이를 잡기 위한 규제가 한달 건너 나오다시피한 때였다. 시장을 옥죄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은 8·31 대책 등 무려 스무번이 넘게 나왔고 그 결과 다주택자 양도세 50% 중과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버블세븐 지정 등이 순차적으로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규제와 완화 사이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강한 시장 압박 조치도 이때 시작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집 가진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엄포성 발언까지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혼 힘을 다했지만 시장은 이와 무관하게 불타 올랐다. 집권 기간 서울 아파트 57%, 전국 집값 34% 상승이라는 성적표가 이를 말해 준다. 또 주택업자들이 가장 수익을 많이 낸 최대의 호황기였다니 그저 씁쓸할 뿐이다. 남발하는 규제 위주의 정책을 놓고 청와대 주택담당 비서관과 입씨름하며 심하게 얼굴을 붉힌 기억이 새롭다.

돌이켜보면 주택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정직(?)하다. 정치나 경제 상황이 모두 결합된 거울임에 틀림없다. 경제학의 출발은 수급이고 가격이 그 조우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 정부는 시장을 인위적으로 누르고 때려잡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 주택시장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투기세력과 가수요를 세금 폭탄과 여론 재판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6·19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같은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 시장 변수를 인식하고 이를 핀셋 정책으로 해결해 나가려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만약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시장을 일시에 제압하려 했다면 시장과 대책 사이에 숨바꼭질이 이어지면서 재차 노무현정부 실수의 복사판이 될 공산이 컸다.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고액 투기세력과 청약시장의 분양권 전매 세력을 실수요 시장에서 이탈시키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작금의 서울 강남을 비롯해 세종, 부산 등지의 국지적 과열 현상은 저금리와 여유자금의 요동에 의한 것이 주요인이다. 안전 자산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강남권 수요가 몰아친 것이고 여기에 일몰 시기가 다가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첨가제가 됐다. 또 박근혜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해제, 주택 대출규제완화 등이 과열을 부추긴 것도 사실이다.

강한 규제는 다음 정부에서의 시장 침체를 낳고 무분별한 완화는 차기 정부에서 재차 과열을 초래한다는 것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는 특훈이다. 주택문제는 원칙적으로 수급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가격 개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 주거복지포럼을 비롯해 주택학회, 대한부동산학회, 명지포럼 등이 잇달아 개최한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에 관한 세미나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을 정책목표로 삼지 말고 주거비 부담을 더는데 초점을 두어 연계 정책(Linkage Policy)을 적극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가진다.

예컨대 사업 인허가 조건으로 중·저소득 임대주택 물량공급을 포함시키는 것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책 수단들은 원래의 용도대로 사용돼야 마땅하다. 주택금융규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채무자의 상환능력 점검 등에 활용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 1순위 자격, 재건축조합지위양도, 재당첨 제한 등은 실수요 우선 원칙으로 일괄적용되는 게 합당하다. 물량과 맞춤 유형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물량의 달성률, 새롭게 마련한 프로그램의 수 등에 집착한다면 여타 정부에서처럼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100만가구 이상의 임대주택을 확보한 나라는 8개국에 불과한데도 확대 건설과 유형의 다양화만을 고집하는 것은 옳치 않다. ‘노무현정부 시즌 2’라는 불명예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좀 더 원론에 집중하되 친시장적 중장기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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