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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한국타이어 대미 투자...자라보고 놀란 가슴

[취재후일담] 한국타이어 대미 투자...자라보고 놀란 가슴

기사승인 2022. 08. 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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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1] 한국타이어 테네시 공장 외관
한국타이어 테네시 공장 외관./제공=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가 오는 2026년까지 총 2조원 1000억원을 들여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합니다. 현재 한국타이어 현지 공장은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를 연간 55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 생산설비를 늘려 1200만개까지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번 증설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날로 커가는 북미 타이어 시장을 잡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획하던 투자였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의 연간 매출을 보면 유럽 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 북미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유럽이 37% 가까이를 차지했고, 북미는 28%로 뒤를 이었습니다. 계획대로 2026년까지 연산 1200만개 생산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미국 현지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수요가 많다는 게 한국타이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또 미국 공장 증설로 글로벌 생산기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을 야기한 선복(적재공간) 비용 상승에 따른 판매지 근접 필요성, 관세 장벽도 함께 고려했다고 회사측은 밝혔습니다.

한국타이어의 미국 증설은 현지 매출 증가와 글로벌 시장 공략 등 장기적인 계획으로 내려진 결정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로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상황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IRA 발표 직전까기 미국 시장에서 쾌속질주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 9%를 기록해 테슬라(70.1%)에 이어 2위에 오르는 쾌거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는 3만45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265대)보다 3배 이상 판매고를 높였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100억 달러의 현지 투자를 약속한 것 역시 미국 시장 확장세를 감안한 행보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석달 후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10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날벼락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확장 계획은 제동이 걸렸습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미국이 우리 요구를 들어주는 등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이 IRA를 시작으로 자국 기업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안을 다수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은 지금 미국에서 잘 나가는 한국타이어에도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인플레법 시행 과정을 보면 미국이 또 어떤 명분과 방식으로 우리 기업들의 시장 확장을 막아설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단위의 투자로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도 또 어떤 날벼락을 맞을지 불안해해야 하는 우리의 상황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땡큐"를 연달아 외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IRA 서명 직후 환하게 웃던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기시감으로 다시 떠오르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벌써부터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저 기우이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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