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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LG화학 대산노조가 트윈타워 찾은 이유는

[취재후일담] LG화학 대산노조가 트윈타워 찾은 이유는

기사승인 2022. 10.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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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트윈타워 대산노조 상경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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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대산공장 노조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제공=LG화학 대산공장 노조
LG화학 대산공장 노동조합이 지난 12일 LG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를 찾았습니다. 노조는 사측과 2022년 임금단체협약을 진행 중인데요. 최근 11차 단체교섭까지 마쳤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노조가 장기근속포상제도, 개인연금, 복지포인트 등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경영진에서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아서 입니다.

LG화학은 국내 1위, 세계 화학기업 7위에 해당하는 '대표 기업'인데요. 노조에 따르면 1위 기업의 처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합니다. 경쟁사에 있는 개인연금이 LG화학은 없고, 경쟁사는 10년 장기근속시 금 한 냥(280만원 상당)을 선물하지만 LG화학은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겁니다. 노조는 복지포인트, 임금 등 처우가 회사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에 비해 적다고 주장합니다.

LG화학이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순수 석유화학기업'인 경쟁사보다 직원 수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직전인 2020년 3분기 기준 LG화학 직원 수는 1만9979명으로, 동종 업계인 롯데케미칼 4594명의 4배 이상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분사로 직원 수가 7000명 넘게 줄었는데도 회사에서 처우 개선에 꿀먹은 벙어리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직원들의 오랜 설움도 엿보입니다. 경영진이 그동안 '미래에는 배터리가 LG화학을 먹여 살릴 것'이라며 석유화학 구성원들의 희생을 당연시 했다는 겁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은 항상 배터리 부문의 성공이 석유화학 구성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처럼 말을 해왔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대규모 우리 사주 배정으로 그동안의 공을 위로받았지만 석유화학 구성원들에겐 아무런 보상도 위로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동생' LG에너지솔루션과 점점 벌어지는 기업문화, 처우 격차도 불만 요인으로 감지됩니다. LG화학의 한 30대 직원은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에 대한 갈등과 불만이 사내에 남아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임직원 처우나 기업 문화 개선 활동을 한다는 소식에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합니다.

LG화학이 만년 적자였던 배터리에 투자를 지속해 세계 2위까지 키워낸 이야기는 '뚝심의 성공사'로 평가받습니다.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한 사례고요. 석유화학을 필두로 배터리, 첨단소재, 바이오 등 여러 사업을 키워낸 능력도 탁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LG화학의 뿌리이자 배터리 사업 육성의 숨은 공신인 석유화학 직원들의 불만에도 회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LG화학이 석유화학 구성원들과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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