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 아시아투데이 로고
[마켓파워]제주항공 떠난 안용찬 부회장…‘사위 경영’ 한계 드러냈나

[마켓파워]제주항공 떠난 안용찬 부회장…‘사위 경영’ 한계 드러냈나

기사승인 2019. 01. 04. 14:5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안용찬 전 부회장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
‘백년손님’의 한계였던 걸까. 제주항공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안용찬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로, 부인은 장 회장의 장녀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다. 오너가의 사위로서 그룹의 캐시카우인 핵심 계열사를 이끈 안 전 부회장은 임기를 2년이나 앞둔 시점에서 사의를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안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에 따라 이석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1959년생인 안 전 부회장은 1983년 애경그룹에 입사한 후 애경유화, 애경산업 등을 거치며 오너가의 사위로선 드물게 그룹의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6년부터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문장을 맡은 안 전 부회장은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던 제주항공을 2011년 이래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2016년 7480억원이었던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지난 2017년 9960억원으로 켜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지난해 제주항공의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2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 58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7년 들어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선 소비심리 둔화와 저비용항공사(LCC) 간 경쟁 심화에도 지난해 역시 1000억원대 이익규모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경영 성과를 실적으로 증명한 안 전 부회장의 입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애경그룹은 그해 생활항공과 유통부동산, 화학 등으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 체계를 AK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부회장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그룹 부회장에서 계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항공의 최대주주 역시 AK홀딩스로 지분율은 56.94%에 달한다.

제주항공을 지배하는 AK홀딩스의 최대주주는 16.14%의 지분을 보유한 채형석 총괄부회장이다. 1960년생인 채 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안 전 부회장과는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처남·매제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장 회장의 아들과 사위이자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종종 비교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결국 적통인 채 부회장에게로 그룹의 경영승계 구도가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지분구조 상 안 전 부회장의 ‘한계’를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보는 전망도 많았다. 안 전 부회장은 그룹의 정점인 AK홀딩스의 지분이 전무하다. 부인인 채 부사장이 손에 쥔 AK홀딩스 지분도 3.85%로 오너 2세들 중 가장 적다. 안 전 부회장은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 지휘했던 제주항공의 지분율 역시 0.59%에 불과하다. 부인인 채 부사장은 제주항공 지분이 아예 없다.

안 전 부회장은 2017년 초만 해도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제주항공) 매입에 나서는 등 주가방어와 경영권 강화에 힘썼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자사주상여로 2000주를 받은 이후로는 이렇다 할 지분 확대가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안 전 부회장의 사임에 대해 제주항공은 “안 전 부회장이 34년간의 직장생활 중 23년을 대표이사로 일했고, 개인적으로 환갑이 되는 해에 퇴임하는 것을 목표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는 입장이다. 이어 “애경유화, 애경산업, 제주항공이 어려울 때 경영을 맡아 궤도에 올려놨고, 이들 모두 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한 지금이 스스로 계획했던 은퇴 시기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 용퇴를 결정했다”는 안 전부회자의 입장도 전했다.

향후 채 총괄부회장 등 오너가의 제주항공 직접 경영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으며, 제주항공은 앞으로 이석주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