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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시놉티콘’의 시대, 우리는 검열 당하고 있다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시놉티콘’의 시대, 우리는 검열 당하고 있다

기사승인 2016. 1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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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놉티콘(실시간 쌍방향 감시)’의 시대다. 미국 대선 TV토론에서도 시청자들과 언론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팩트체크’로 후보자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이슈에 동참한다. 또 자신의 동참이 결과로 도출되길 바라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검증한다. 정치인이나 사회 유명인사에 대한 지지도 개인의 니즈에 따라 선택된다. 그러나 한순간의 잘못으로 이들은 바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검열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 시대의 주도권은 밀레니얼 세대(박스처리 가능-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에 태어나 현재 16~35세에 해당하는 세대)가 쥐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밀레니얼,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어차피 평생 벌어도 집은 못 사요. 차라리 멋진 브런치(아침을 겸하여 먹는 점심 식사)를 먹을래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노력하면 이루리라’식의 조언에 분통을 터뜨린다. “조금씩 모아서 집을 사라니”“(브런치 비용인) 일주일에 22호주달러(약2만원)를 포기하면 시드니에서 중간 정도의 집 보증금을 모을 수 있다. 175년 뒤에.”

호주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인구 통계학자인 버나드 솔트가 최근 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 주말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22달러가 넘는 아보카도와 페타치즈를 얹은 5가지 곡물이 든 빵을 주문하는 젊은이들을 봤다”며 “나는 중년이고 가족을 다 부양했기 때문에 이런 브런치를 먹을 수 있지만, 젊은이들은 어떻게 이런 걸 먹을 수 있느냐?”라며 과소비라고 지적하자 호주의 젊은이들은 이같이 즉각 비난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오늘 아침에 으깬 아보카도를 먹지 않았다. 다음 주에 집을 살 생각에 신난다”고 비꼬았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호주 주재 기자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이미 모든 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이제는 우리의 브런치까지 차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위 사례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소비가 과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비난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자기 방어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다른 말로 하면 ‘취향’이 분명하다. 자신의 ‘고급스러운’ 취향에 따라 먹고, 입고, 누리고, 가지고 싶은 건 비싸도 구매한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살’ 집이나 ‘평생동안 탈’ 차는 사지 않는다. 순간에 집중하고 당장의 행복을 결제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던 이전 세대와 대립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는 모습에서도 밀레니얼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결혼도 거부할 수 있는 개념으로 치부한다.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해방되려하고 여성 또한 일과 육아를 동시에 책임지거나 혹은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으려 한다.

이들은 뉴스 또한 자신의 취향에 맞춰 소비한다. 유명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검열해 자신이 판단의 주체가 된다. 지역구 의원을 뽑을 때조차 어린시절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찾아내 과연 자신 의견을 대신하는 데 적합한 사람인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선택한다. 이들에게 투표권이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도구 중 하나다. 인성·태도·말버릇·옷차림 심지어 사생활까지, 그들은 최대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치인을 선택한다.

◇ 밀레니얼 세대의 소통 방식은 ‘쌍방향 감시’?

주체가 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특히 아시아 밀레니얼은 인터넷을 활용한 ‘시놉티콘’에 능하다. 전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인터넷이 발달해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특성상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정치 이슈는 밀레니얼의 가장 큰 먹잇감이자 감시의 대상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감정을 배출한다. 대화나 토론의 형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일종의 배설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공감과 소통을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좋아요’를 받는 행위는 ‘논의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식의 발아이기도 하다.

SNS는 소통의 창일 뿐만 아니라 감시의 도구이기도 하다.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는 광복절에 자신의 SNS를 통해 욱일기 디자인이 들어간 문구를 올려 물의를 빚었다. 자필 사과문을 두 번이나 올렸지만 네티즌들의 비난은 계속됐고, 티파니는 출연하던 TV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해야만 했다.

SNS상 논란은 국가 간 긴장을 조성하기도 한다. 올해초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사과한 것이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TV프로그램에서 자국기로 대만 국기를 흔든 16세 쯔위의 모습이 중국 웨이보에 공개되면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가운데 대만의 독자 노선을 강조하는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당선됐고, 당선 일성으로 쯔위 문제를 거론하며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말해 양안관계가 격랑 속으로 빠지기도 했다.

◇ 내면의 불안감과 무능력의 감정에 민감…‘주체’가 되고 싶은 밀레니얼

밀레니얼 세대의 이러한 특징들은 결국 자신이 주체가 되려는 집요함으로 집약된다. 작은 소비 하나에도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려는 성향은 실상 자신의 존재가 현실에서 큰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시놉티콘의 방식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 판단의 잣대가 될 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스스로 고립된 현실을 탈출하려는 시도다.

그렇다면 이들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을까. 인간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전제한다면, 현 시대에 젊은이들에게 보장된 행복의 조건은 별로 없다. 이전 세대처럼 열심히 벌어서 모으면 언젠가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꾸준히 월급이 들어오는 안정된 직장도 없다. 함께 먹고, 즐기고, 쓰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본 조건조차 제한돼있는 것이다.

최근 ‘밀레니얼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트리니티 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불안과 무능력의 감정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대는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노출돼있어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심각한 양극화 현상에 사회 불신감도 팽배하다. 또 베이비붐 세대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세대인 밀레니얼은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이미 대출 채무를 짊어진 채로 사회에 나온다. 안정된 벌이가 없어 집이나 부동산 등을 살 수 있는 구매력도 떨어져 산업 전반의 지체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사회와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다. 자신의 재능을 주변 사람들을 돕는데 쓰고 싶어하고, 사회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작은 행복에 집중하려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 만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하며, 책을 읽는다. 이들의 구매 방식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생성되고 있기도 하다. 기존의 업체들도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 세력을 만드는 밀레니얼, 눈치 보는 권력

자신의 의견과 취향이 분명한 밀레니얼은 누구의 의견도 쉽게 따르지 않는다. 이런 특성은 그들을 편협하다고 생각하게끔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도 다양한 정보와 시각들을 접하고 있다. 밀레니얼은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고르는 것에 대해서 이미 전문가들이다. 각자의 취향은 하나의 단편적인 시각일 뿐이지만 온라인상에서 공감을 얻을 경우 큰 무리를 이루며 하나의 거대한 힘의 형태를 띠게 된다.

민심을 살펴야 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이슈와 소통에 민감한 밀레니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결국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정치인들은 밀레니얼과의 꾸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생을 꾀하게 된다. 때로는 대의민주주의라는 제도조차 공방의 대상이 된다. 이미 뚜렷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는 밀레니얼들이 중간 매개자나 대표자 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지도자들은 소통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월 폐막한 브라질 ‘2016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제작된 동영상과 함께 ‘슈퍼마리오’로 분장하고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동영상에는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헬로키티·팩맨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담겼다. 아베 총리가 총재로 있는 자민당은 2009년부터 ‘미디어 정치’를 펼치고 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정보나 이미지를 개인이 컨트롤하기 시작하면서 급변하는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미디어 대응 전략을 새로 짠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SNS 소통으로 이미 유명하다. 각국의 지도자들의 생일날 축하메시지를 페이스북을 통해 전하거나, 자국 야당의원의 당선에도 트위터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자신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총리공관에 96세 어머니를 초대한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한 여성 정치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짤(짤림방지의 줄임말. 이모티콘·문자 대신 사용하는 사진을 뜻하는 신조어)’을 통해 정치권을 비난하는 트렌드에 편승해 스스로 만든 짤을 올려 시선을 끌기도 했다.

결국 정치부터 경제·사회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주도권은 ‘밀레니얼’이 쥐고 있다. 이들의 검열의 눈에 잡힐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감시자가 될 것인가. 혹은 이들을 이용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갈림길에 서있다.

▷시놉티콘 (Synopticon)은 파놉티콘(Panopticon)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감시에 대한 역감시란 뜻. ‘서로 동시에 감시한다’는 뜻으로 대중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파놉티콘의 개념은 일종의 이중 원형 감옥건물에서 유래했다. 중앙에 원형의 감시탑이 있어 수용자들은 감시자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감시자는 각 수용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감시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지만 중앙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감시되는 상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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