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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일본 ‘가상 연애’산업 호황…‘VR 여자친구’·로맨스게임 인기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일본 ‘가상 연애’산업 호황…‘VR 여자친구’·로맨스게임 인기

기사승인 2016. 11. 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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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볼티지 사의 여성용 가상 연애 게임. ⓒ Voltage Inc.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잠들 때 그의 달콤한 말을 들으면 안심이 된다”는 일본 도쿄 거주 31세 여성, 아유미 사이토.

사이토 씨가 말하는 ‘그’는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메트로PD: 당신 곁에 가까이’에 나오는 게임 캐릭터다.

미국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전한 바에 따르면 그녀는 ‘가상 남자친구’를 둔 수백만 명의 일본 여성 중 한 명일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18~34세 미혼 남녀의 40% 이상이 성경험이 전무하고 남성의 70%, 여성의 60%는 교제 대상이 없다.

최근 조사에서는 이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실제 아이돌이나 배우보다도 가상의 캐릭터와 더 많이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20~29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의 30%와 남성의 15%가 게임 캐릭터 등 가상의 인물과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것. 실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의 응답률은 여성 24%·남성 11%였다.

이에 대해 “일본의 젊은 남녀가 현실에서 연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온라인·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가상의 캐릭터에 빠지고 있다”면서 이는 “막대한 규모의 가상 로맨스 산업의 발달로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부흥이 눈길을 끈다.

2000년대 중반 ‘내 애인은 넘버원 호스트’를 시작으로 여성전용 가상 연애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한 일본 게임기업 볼티지(Voltage)는 2015년 6월에서 올해 6월까지 112억엔(약 12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사무라이 러브 발라드: 파티’ ‘사랑의 갱스터’ 등 볼티지 사가 내놓은 로맨스 게임 타이틀 88개는 전세계에서 무려 5000만 명이 다운받았다. 서구권 이용자들을 위해 영어버전으로도 존재한다.

사용자들에 따르면 애정표현이 적은 일본 남성들과 달리 게임 속 ‘완벽한 남자친구’는 아낌없이 ‘사랑해’와 같은 다정한 말을 한다. 어떤 게임에서는 실제로 스마트폰에 ‘오늘 밤 데이트 잊지마’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한다.

히가시 나나코 볼티지 창립자 겸 공동회장은 “일본인들이 점점 혼자 사는 삶은 택하는 현실에서 가상 로맨스 게임이 무해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만국 공통”이라면서 “여성들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로맨스 게임 산업 규모는 최소 1억 3000만 달러(1525억원)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인 일본에서는 이러한 로맨스 게임이 오래전부터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앱)으로도 출시돼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로 남성이 이용자인 가상현실(VR) 성인물도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일본 영자매체인 재팬타임스는 이달 초 주요 동영상 스트리밍다운로드사이트인 ‘DMM.com’이 VR성인물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1일 전했다. 현재 이 사이트에는 스마트폰과 VR고글 등을 사용해 즐길 수 있는 VR 성인물 146개가 업로드 돼 있다.

일본 게임업계도 한창 VR성인용 게임을 제작중이다. 게임업체 ‘일루젼’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가상의 여자친구와 첫경험을 한다는 내용의 게임 타이틀 ‘VR카노조(여자친구)’를 준비중이다.

도쿄의 성인비디오제조업체 VRG의 켄토 요시다는 “VR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면서 연애를 하거나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을 도와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체는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할수록 ‘가상의 성관계’란 개념이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사람들이 현실의 연애보다 가상 로맨스를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남녀의 이러한 가상의 연인에 대한 선호는 대부분 결혼과 관련된 높은 현실의 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주오대학의 마사히로 야마다 사회학 교수는 “일본 여성은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과 교제하기보다는 결혼하기에 적합한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부모님의 집에 머물러 있는 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일본 남성도 수입이 충분할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편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일본 정부의 조사에서는 2·30대 미혼 남성의 무려 40%가 여자친구나 애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야마다 교수는 물론 만족스러운 수입으로 결혼하는 남녀도 있겠지만 결혼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가상 연인에 매달리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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